살기좋은 도시를 정의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세계적인 인적 자원(HR) 및 관련 서비스 컨설팅 회사인 머서(Mercer)는 ‘생활의 질’ 조사 보고서를 통해 세계 주요 도시들을 평가한다. 머서의 평가는 주로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 직원들이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으로서 평가지수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들의 공통점은 경제적 안정, 환경의 질, 사회적 포용력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로컬 브랜드의 힘이 도시를 더욱 매력적이고 살기 좋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미국 포틀랜드이다. 새해 들어 포틀랜드에서 한달살기를 해보면서 걸어다니는 즐거움을 주는 도시라는 것을 느끼는 기회를 가졌다. 걸어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주었다. 대도시에서 오랜만에 맛보는 따뜻함과 정겨움이 삶의 여유를 느끼게 했다. 걸으면서 들른 카페, 갤러리, 아트샵, 동네 도서관, 학교들, 커뮤니티 공간들이 인상적이었다. 거주하는 사람들의 친절하고 따뜻한 심성과 자연친화적인 환경은 북유럽 도시들에서 느낀 지적인 도시의 좋은 모델을 경험하게 했고 15분 도시를 실감케 했다.
포틀랜드는 ‘메이드 인 포틀랜드’ 정신으로 유명하다. 작은 로컬 기업과 공예 문화가 발달해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게들을 만나면서 포틀랜드의 로컬 브랜드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잠시 머무는 이방인에게도 독특한 매력을 제공했다.
포틀랜드가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활발한 로컬 브랜드와 독립적인 사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양한 창의적 활동을 장려하고, 지역 경제와 사회적 다양성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틀랜드에는 ‘파월스 북스’(Powell’s Books)와 같은 대규모 독립 서점이 존재한다. 이 서점은 세계 최대의 독립 서점으로,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다양한 강연과 이벤트를 통해 지역 사회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지역예술가가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핸드메이드 상품들과 장인의 수제제품들이 생명력 높게 각종 마켓 및 페스티벌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농장 직송 재료를 사용하는 로컬 레스토랑, 수제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 그리고 독립적인 카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포틀랜드는 커피 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로 독창적인 메뉴와 공간을 갖춘 카페들이 많아 로컬 커피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 경제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고무시킨다. 로컬 푸드와 카페 문화 또한 풍요롭다.
포틀랜드 주민들은 수공예, 홈 프로젝트 등 ‘Do It Yourself(DIY)’ 문화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정신은 지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며, 지역 커뮤니티가 서로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문화를 형성케 한다. 지역 브랜드 페스티벌 또한 눈에 띈다. 포틀랜드 메이커스 페어(Portland Makers Faire), 벽화(Mural), 토요 마켓(Saturday Market) 같은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와 축제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적 교류에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포틀랜드만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전거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사용, 공원과 같은 공공 공간의 활용이 두드러지는것도 모두 지역 사회의 참여와 로컬 브랜드들의 독창성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성장한 포틀랜드의 로컬 브랜드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이 모든 것이 결합해 포틀랜드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부산은 국제적인 항구도시로서의 이점 외에도 독특한 문화와 자연 환경을 자랑한다. 부산에는 모모스커피 삼진어묵 베러먼데이 등 부산시민이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로컬 브랜드들이 샛별처럼 빛나며 성장하고 있다. 로컬 브랜드의 힘을 더욱 강화할 기회와 도전 역시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우리 부산도 로컬 브랜드와 창의성 중심의 문화가 도시의 정신과 개성을 드러낼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고 사회적 다양성이 확장된다면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살고싶은 도시로 꿈꾸게 하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