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역대급 무관심 속에서 오늘 치러진다. 학부모 교사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설 정도다. 사전투표율부터 심상찮았다. 지난달 28, 29일 부산 경남을 비롯한 전국 23개 선거구에서 실시한 재보궐 사전투표 결과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투표율은 전국 평균(7.94%)에 한참 못 미치는 5.87%에 불과했다. 김석준 정승윤 최윤홍 세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0일부터 2주 가까이 시내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실패한 셈이다. 오늘 본투표마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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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 제6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본투표는 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내 각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연합뉴스 |
교육감 선거 무관심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유독 정도가 심하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30만 명이 넘는 학생, 이들의 학부모, 교직원을 통솔할 교육감 선거가 거제시장선거(19.36%)나 경남도의원선거(7.53%)보다 사전투표율이 낮다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동시선거가 아닌 단독선거인데다 유권자의 냉소가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처음엔 기호가 당락을 결정하는 로또선거였다가 이후 보수나 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고, 이제는 투표율 저조로 대표성 자체를 의심받는 모양새다. 그 어떤 양상도 교육 수장 선출이라는 본령에서는 한참 멀다.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과 맞물리면서 시민 관심에서 더 멀어지게 된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누가 뭐래도 후보 스스로 제공했음을 부인해선 안 된다. 교육감 선거는 원칙적으로 교육 정책의 경쟁 무대여야 한다. 그러나 후보들은 선거전을 현행법으로 금지된 정치색으로 도배했다. 선거운동 조끼와 플래카드 유세차량을 모두 특정 정당 색깔로 맞추는 수준은 약과다. 자기가 속한 진영의 유명인을 불러와 같이 유세하거나, 특정 정당 행사에 실제 참석하기도 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이들이 교육감 후보가 맞는지 의심이 생길 만큼 원색적인 비난과 폭로전을 벌였다. 고소 고발이 난무해 선거가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후유증이 예상될 정도다.
교육감 선거전이 정책 대결이 아닌 정치 싸움판으로 변질되면서 누가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부산 교육에 관한 후보 각자의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검증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후보 3인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았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투표율이 너무 낮으면 결국은 동원된 소수에 의해 결과가 왜곡된다. 이대로라면 최종투표율이 20%대도 아닌 10%대로 내려 앉을 수도 있다. 실망스럽거나 못마땅하더라도 우리 아이와 부산 교육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비난과 외면이 아니라 참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