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일간 이어진 탄핵 정국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끝났지만 곧바로 대선 정국을 맞으며 권력 공백 상태는 여전하다. 글로벌 무역전쟁 대응과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급선무다. 국회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선거에만 몰입해 민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약 4개월간 국가 최고리더십이 없었다. 파면 전보다 혼란은 덜하지만 앞으로 두 달간 공백 상태가 지속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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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0시(현지시각)를 기해 전 세계에 기본관세(10%)를 부과했다. 오는 9일부터는 상호관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날부터 총 25%의 관세를 물게 된다. 여기에 미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철강은 또 추가 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만 관세 장벽에 부딪히는 것은 아니다. 경쟁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우리보다 더 높은 관세를 맞았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1%포인트 낮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할 처지다. 관세전쟁이 위기이나 달리 보면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미국과 협상을 신중히 진행하기로 했다. 조만간 이뤄질 기업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느긋하게 지켜볼 상황도 아니다.
정부는 무엇보다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상 리스크 대응, AI 경쟁력 강화, 소상공인 민생지원 등에 쓸 예정이다. 규모가 작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내 경기는 2008년 금융위기 후 최악이라고 한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초기 높았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더 나빠졌다. 지난 1월 통계청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낮다. 건설기성액이 11개월 연속 줄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폐업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노란우산 공제 건수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수출 중소기업 30%는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계약 취소 등 피해를 봤다. 국세청 폐업신고 사업자(개인·법인)도 역대 최다라고 한다. 비상상황이다. 특별한 조처가 없으면 분위기 반전이 힘들다.
한 대행은 윤 대통령 파면 후 대화 분위기가 감지되는 의료계와 협상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대화 채널을 확보하면 새 정부는 부담을 덜게 된다. 차질 없는 대선 준비도 한 대행에게 주어진 과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눈치를 보지 말고 규정에 따라 준비하길 촉구한다. 헌정 질서를 회복한 국민과 헌법재판소를 믿고 흔들림 없이 국정을 운영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