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7>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잡혀가며 본 부산

병사들의 창에 짙푸른 녹이 슬었네(戰士綠沈槍·전사록침창)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3-23 18:53:4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멀리 온 객 황량한 변방에 들어오니(遠客投荒戌·원객투황술) / 외로운 성은 큰 바다를 베개 삼았네.(孤城枕大洋·고성침대양) / 장군의 흰 깃발 사라지고(將軍白羽盡·장군백우진) / 병사들의 창에 짙푸른 녹이 슬었네.(戰士綠沈槍·전사록침창)

전남 나주 출신 의병인 금계(錦溪) 노인(魯認·1566~1622)의 시 ‘부산을 지나며(過釜山)’로, 그의 문집인 ‘금계집’에 실려 있다. 그가 이 시를 읊은 때는 상황이 좀 특이했다. 노인은 1582년(선조 15)에 진사시에 입격한 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권율의 휘하에서 이치·행주·의령 싸움에 참전했다.

알다시피 임진왜란으로 부산진성은 사람은 물론 개와 고양이 한 마리까지 일본군 손에 다 죽었다고 할 정도로, 참혹한 살육의 현장이 됐다. 동래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데다 아직 전쟁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비록 포로 신세이지만 당시 배로 부산을 지나던 노인의 눈에 비친 부산 모습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폐허 그 자체였다. 특히 시의 3, 4행에서 황량한 부산 모습을 잘 묘사했다.

그의 삶은 진정한 선비로서 자세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아주 드라마틱했다. 왜군의 침입에 대해 1차는 임진년에 일어났으므로 임진왜란이라 부르고, 2차는 정유년에 일어나 정유재란(1597년)이라 한다. 노인은 정유재란 때 남원성(南原城)이 함락되면서 포로가 돼 일본에 잡혀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중국 배를 타고 명나라로 탈출했다. 중국 장저우와 싱화, 푸젠, 베이징을 거쳐 1599년(선조 32)에 귀국했다. 1603년 무과에 급제해 수원부사 등을 지냈다.

위 시는 노인이 일본으로 끌려갈 때 부산을 지나가면서 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문집 외에 보물 제311호인 ‘금계일기’를 남겼다. 필사본으로 1599년 2월 22일부터 같은 해 6월 27일까지 일기 내용이 남아있다. 일본에서 겪은 포로 생활과 탈출 경위, 중국에 머무는 동안 있었던 일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부산에서 필자의 은거지인 목압서사(경남 하동군 화개면)를 방문한 손님과 임진왜란 당시의 부산을 이야기하는 중에 금계 노인이 쓴 위 시가 생각났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8. 8[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부산 국힘, 가덕도특별법 개정방침에 “국회에 책임 떠미나” 비판
  8. 8‘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9. 9[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10. 10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4. 4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5. 5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6. 6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7. 7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8. 8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8일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5. 5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