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9> 사랑을 노래한 우리나라 한시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

이별을 말하고자 하니 애간장이 끊어지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3-30 19:42:4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欲語別離先斷腸·욕어별리선단장

새벽녘 등불이 지워진 화장을 비추는데(五更燈影照殘粧·오경등영조잔장) / 이별을 말하고자 하니 애간장이 끊어지네.(欲語別離先斷腸·욕어별리선단장)/ 지는 달빛 빈 뜰에 문을 밀고 나서니(落月半庭推戶出·낙월반정추호출) / 살구꽃 성긴 그림자 옷에 가득하네.(杏花踈影滿衣裳·행화소영만의상)

고려 후기의 시인 설곡(雪谷) 정포(鄭誧1309∼1345)가 지은 시 ‘양주(양산) 객관의 벽에 쓰다(題梁州客舍壁·제양주객사벽)’이다. 이 작품은 ‘동문선(東文選)’ 권21에 실려 있다. 위의 시는 우리나라에서 사랑을 노래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설곡 정포는 18세에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아가, 장래가 촉망되던 문사였다. 하지만 형제가 모함을 받아 1342년 형인 정오는 경북 영덕으로, 정포 본인은 울산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정포는 유배지 울산과 양산, 동래를 다니면서 많은 시를 지었다. 정포는 양산에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가 황산강(黃山江·경남 양산과 김해 사이를 흐르는 낙동강 하류)을 건너면서 다른 여인의 유혹을 물리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포는 양산의 객관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하루를 함께 묵고는 혼자 새벽에 떠나야 했다. 여인은 이를 알고 눈물을 쏟아내 화장이 지워지고 말았다.

떠나야 할 시간이지만, 헤어짐을 말하고자 하니 애간장이 녹는다. 우는 여인을 뒤로하고 문을 나서니 텅 빈 뜰에는 달빛이 쏟아진다. 달빛은 그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한다. 사립문을 나서는데 그 곁에 피어있던 살구꽃 그림자가 옷에 어른거린다. 마치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여인의 손길처럼 느껴진다. 두고 떠나는 여인에 대한 미련을 시인의 옷에 어른거리는 살구꽃 그림자로 묘사하고 있다.

정포는 유배에서 풀려나 1344년 원나라로 갔다. 당시 원나라의 승상 별가불화(別哥不花)가 그를 아껴 황제에게 추천하려고 했지만, 정포는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병으로 죽고 만다. 그때 그의 나이 37세였다.

필자가 거처하고 있는 목압서사(경남 화동군 화개면)에서 쌍계사로 가는 산길 가운데 가지가 기이하게 휜 살구나무에 선분홍색 꽃이 예쁘게 핀 모습을 보니 위의 시가 생각났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4. 4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5. 5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0. 10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