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61> 평양 최고의 누각 부벽루에 걸린 정지상의 이별시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푸른 물결 보태누나(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4-06 18:59:1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비 그친 긴 둑에 풀빛 짙어지는데(雨歇長提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 남포에서 임 보내니 슬픈 노래 일렁인다.(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 “대동강 저 물은 언제 다 마르랴 (大同江水何時盡) /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푸른 물결 보태누나.(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유명한 정지상(?~1135)의 시 ‘임을 보내며(送人)’로 ‘동문선’ 권 19에 수록돼 있다. 그는 장원급제를 한 후 여러 벼슬을 거쳤다. 그리고 묘청 등과 함께 평양으로 천도할 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묘청이 평양에서 모반을 일으키자 토벌당함에 앞서 김부식에 의해 그는 먼저 처형됐다. 정지상의 삶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의 시는 1000년 동안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위 시는 작품성이 뛰어나고, 널리 애송된 덕에 평양 최고의 누각인 대동강가 부벽루에 걸렸다. 부벽루는 중국의 사신들이 오면 연희가 베풀어지던 곳인데, 그들에게 내놓더라도 부끄러움이 없었던 누각이다.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부벽루에 관해 느낀 자부심도 알 수 있다.

정지상이 쓴 이 시는 이별을 노래한 작품이다. 봄날의 이별이 가장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잘 있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가면 슬픔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화려한 봄볕에 가고 없는 사람에 대한 공허함이 더욱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2구의 남포는 평양 감영에서 남쪽으로 10리 떨어진 대동강 하류에 있던 포구다. 3, 4구에서는 이별의 눈물이 대동강 물에 보태져 마를 날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대동강가에서는 이별이 많았으리라.

당시 이별 노래인 3, 4구가 불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면서 부르는 노래로 이해된다. 이 이별가가 울려 퍼져 이 시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이다. 그 노래의 곡조는 매우 슬퍼 듣는 이로 하여금 애가 끊어질듯 하게 했으리라.

오늘 차산(茶山)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누군가가 “대동강아 내가 왔다 / 부벽루야 내가 왔다/ … 울면서 떠난 길을 돌아왔다고 ~”라고 나훈아의 노래 ‘대동강 편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봄날에 들려온 그 노래에서 정지상이 남긴 위의 시가 연상됐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7. 7[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