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63> 오늘 삼월삼짇날은 화전 지지고 쑥떡 해 먹는 날

답청의 흥취에 벌써 미칠 듯하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4-13 19:55:4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踏靑興已狂·답청흥이광

봄빛이 늙고 병든 자를 업신여기니(春光欺老病·춘광기노병) / 계절의 풍물이 애간장을 녹이네.(節物惱心腸·절물뇌심장) / 여린 미나리국 하얘서 사랑스럽고(白愛芹羹細·백애근갱세) / 향긋한 쑥떡이 파래서 어여쁘네.(靑憐艾餠香·청련애병향)/ 술자리 열면 손님이 곧 당도하리니(開筵賓欲到·개연빈욕도) / 술 구하느라 여종이 먼저 바쁘네.(沽酒婢先忙·고주비선망)/ 내일은 바로 삼월삼짇날(明日重三是·명일중삼시) / 답청의 흥취에 벌써 미칠 듯하네.(踏靑興已狂·답청흥이광)

서거정(1420~1488)이 삼월 삼짇날을 읊은 시로, 그의 문집인 ‘사가시집(四佳詩集) 권31에 실려 있다. 오늘이 음력 3월 3일인 삼월삼짇날이다. 지금은 잊힌 명절이지만, 과거에는 1월 1일 설날, 5월 5일 단오, 9월 9일 중양절과 함께 매우 큰 명절이었다. 삼짇날은 답청일(踏靑日)이라고도 하며, 들에 나가 파랗게 난 풀을 밟고 놀던 풍속이 있었다.

이날 조상 사당에 화전을 올렸고, 화전을 장만하지 못하면 쑥떡으로 대신하기도 하였다. 중국 역사책 ‘송사(宋史)’의 ‘고려전(高麗傳)’에는 고려 사람들이 삼짇날에 쑥으로 물들인 떡을 식품 중 으뜸으로 삼는다고 하였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성현(1439∼1504)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는 삼짇날에 사람들이 모두 들로 나가 놀았다고 한다.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거나 꽃술을 담가 마시고, 새로 돋아난 쑥으로 떡을 만들어 먹는다고 적혀있다. 삼짇날의 대표적인 음식이 화전과 쑥떡이었다.

이규경(1788~미상)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따르면 진달래 국수인 두견화면(杜鵑花麵)도 해 먹었다고 한다. 진달래꽃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진나라의 왕희지가 42인 명사와 노닐면서 지은 ‘난정기(蘭亨記)’도 바로 삼짇날이었다. 풍류를 아는 시인들이 어찌 이날 집에만 있을 수 있겠는가? 두보도 ‘여인행(麗人行)’에서 삼짇날의 풍속을 읊었다.

요즘은 기온이 올라가 진달래꽃이 져버려 삼짇날 화전을 부쳐 먹을 수 없다. 차를 가꾸는 필자는 차산(茶山)을 오르내리며 진달래꽃을 따 먹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6. 6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0. 10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8. 8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4. 4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8. 8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