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의 빼어난 경치 해운대(蓬萊名勝海雲臺·봉래명승해운대) / 신선은 가고 대는 비었는데 우리가 왔네.(仙去臺空我輩來·선거대공아배래) / 물새 우는 저 너머 파도는 아득히 넓고(鳥外烟波千里濶·조외연파천리활)/ 자라머리 세계는 하늘 속으로 열렸네.(鼇頭世界半空開·오두세계반공개) / 바람 타고 물결 헤치던 사람 어디로 갔나(乘風破浪人何處·승풍파랑인하처) / 달 잡으려다 고래 탔던 나그네 돌아오지 않네.(捉月騎鯨客不回·착월기경객불회) / 흰 머리 노인 요동의 학과 같아(白首衰翁似遼鶴·백수쇠옹사료학) / 저무는 날 석양에 홀로 배회하노라.(暮天斜日獨低徊·모천사일독저회)
위 시는 임당(林塘) 정유길(鄭惟吉·1515~1588)의 작품으로, ‘임당유고(林塘遺稿)’에 수록돼 있다. 임당 정유길이 54세였던 1568년 경상도관찰사로 부임해 해운대에서 읊은 시이다.
이 시의 첫 대목부터 해운대에 대를 쌓고 경치를 즐겼다고 전해지는 최치원에 대한 회고를 하고 있다. 네 번째 구절의 ‘자라머리’는 해운대가 품고 있는 동백섬의 모양을 말하면서 동시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을 지고 있다고 알려진 자라를 의미한다. 다섯 번째 구절의 ‘바람 타고 물결 헤치던 사람’은 최치원의 시 ‘조랑(潮浪)’에 등장하는 종각(宗慤)이라는 중국 남북조 시대 송(宋)나라 사람을 일컫는다. 종각이 어렸을 때 숙부 소문(小文)이 평생의 소원을 물었다. 종각은 ‘긴 바람을 타고 만리의 파도를 가르고 싶다(乘長風破萬里浪·승장풍파만리랑)고 대답했다 한다. 정유길은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를 보고서는 종각의 옛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여섯 번째 구절에 나오는 ‘달 잡으려다 고래 탔던 나그네’는 바로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이태백을 말한다. 이태백은 배를 띄우고 놀다가 달을 잡으려고 물로 뛰어든 뒤에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온다. 일곱 번째 구절의 요학(遼鶴)은 중국 한나라 때 요동 사람인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술을 배워 학으로 변해서 요동성문으로 날아와 앉았다는 고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정유길 자신도 신선이 되어 해운대를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