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65> 1500년대 말 해운대를 찾은 경상도관찰사 정유길의 시

답신선은 가고 대는 비었는데 우리가 왔네(仙去臺空我輩來·선거대공아배래)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4-20 18:47:0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동래의 빼어난 경치 해운대(蓬萊名勝海雲臺·봉래명승해운대) / 신선은 가고 대는 비었는데 우리가 왔네.(仙去臺空我輩來·선거대공아배래) / 물새 우는 저 너머 파도는 아득히 넓고(鳥外烟波千里濶·조외연파천리활)/ 자라머리 세계는 하늘 속으로 열렸네.(鼇頭世界半空開·오두세계반공개) / 바람 타고 물결 헤치던 사람 어디로 갔나(乘風破浪人何處·승풍파랑인하처) / 달 잡으려다 고래 탔던 나그네 돌아오지 않네.(捉月騎鯨客不回·착월기경객불회) / 흰 머리 노인 요동의 학과 같아(白首衰翁似遼鶴·백수쇠옹사료학) / 저무는 날 석양에 홀로 배회하노라.(暮天斜日獨低徊·모천사일독저회)

위 시는 임당(林塘) 정유길(鄭惟吉·1515~1588)의 작품으로, ‘임당유고(林塘遺稿)’에 수록돼 있다. 임당 정유길이 54세였던 1568년 경상도관찰사로 부임해 해운대에서 읊은 시이다.

이 시의 첫 대목부터 해운대에 대를 쌓고 경치를 즐겼다고 전해지는 최치원에 대한 회고를 하고 있다. 네 번째 구절의 ‘자라머리’는 해운대가 품고 있는 동백섬의 모양을 말하면서 동시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을 지고 있다고 알려진 자라를 의미한다. 다섯 번째 구절의 ‘바람 타고 물결 헤치던 사람’은 최치원의 시 ‘조랑(潮浪)’에 등장하는 종각(宗慤)이라는 중국 남북조 시대 송(宋)나라 사람을 일컫는다. 종각이 어렸을 때 숙부 소문(小文)이 평생의 소원을 물었다. 종각은 ‘긴 바람을 타고 만리의 파도를 가르고 싶다(乘長風破萬里浪·승장풍파만리랑)고 대답했다 한다. 정유길은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를 보고서는 종각의 옛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여섯 번째 구절에 나오는 ‘달 잡으려다 고래 탔던 나그네’는 바로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이태백을 말한다. 이태백은 배를 띄우고 놀다가 달을 잡으려고 물로 뛰어든 뒤에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온다. 일곱 번째 구절의 요학(遼鶴)은 중국 한나라 때 요동 사람인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술을 배워 학으로 변해서 요동성문으로 날아와 앉았다는 고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정유길 자신도 신선이 되어 해운대를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6. 6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