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68> 사람과 호랑이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한 번 죽으면 다섯 가지 이익을 얻으니…”(一死而五利備 其可違乎·일사이오리비 기가위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5-02 18:35:3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처녀가 말했다. “낭군께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죽는 것은 천명이자 제 소원이기도 합니다. 당신께는 좋은 일이고, 제 가족에겐 복이며, 백성에게는 기쁜 일입니다. 한 번 죽으면 다섯 가지 이익을 얻으니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를 위해 절을 짓고 불도(佛道)를 강론해 좋은 업보를 얻게 해 주신다면 당신의 은혜는 더없이 클 겁니다.” 마침내 눈물을 흘리며 헤어졌다.

女曰: “郎君無有此言. 今妾之壽夭 蓋天命之 亦吾願也. 郎君之慶也, 予族之福也, 國人之喜也. 一死而五利備 其可違乎? 但爲妾創寺 講眞詮 資勝報 則郎君之惠莫大焉.” 遂相泣而別.(여왈 : 낭군무유차언. 금첩지수요 개천명지 역오원야. 낭군지경야, 여족지복야, 국인지희야. 일사이오리복 기가위호? 단위첩창사 강진전 자승보 즉낭군지혜막대언 수상읍이별)

위 글은 알다시피 ‘삼국유사’에 실린 ‘김현과 범 처녀의 사랑(金現感虎)’의 일부분이다. 신라 때 해마다 이월이면 여드레부터 보름날까지 남녀가 흥륜사(興輪寺)에서 탑돌이를 하며 복을 빌었는데, 원성왕 때 김현(金現)이란 남자가 탑을 돌았다. 어떤 처녀가 그의 뒤를 따라 탑돌이를 하였는데, 둘은 마음이 맞아 정을 통했다. 그런데 처녀는 알고 보니 호랑이였다. 처녀에게는 오라버니가 셋 있었는데 하늘이 이들의 악행을 미워했다. 이들 오라버니의 죄를 처녀가 대신 짊어지고 가겠다며, 모르는 사람의 손에 죽느니 하룻밤이지만 부부의 인연을 맺은 터이니 김현에게 죽겠다고 말했다. 처자가 호랑이 모습으로 되돌아가 저자에 나가서 사람들을 좀 상하게 하면, 임금이 저를 잡는 사람에게 벼슬을 내릴 것이니 서방님이 나서라고 하고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고 숲으로 가 낭군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22세로 승과에 장원급제한 일연(一然·1206~1289) 스님은 1283년 승려의 최고 지위인 국존(國尊)에 책봉되었다. 1277년(충렬왕 3년)부터 1281년까지 충렬왕의 명에 따라 경북 청도 운문사에 있었는데, 이때 ‘삼국유사’를 집필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필자가 운영하는 하동 화개 목압마을 목압서사의 인문학특강에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강독하고 있어 위 설화를 소개해본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민 숙원 축구 전용구장, 이번엔 생길까
  2. 2윤석열이냐 최재형이냐, PK 야당의 고민
  3. 3[뉴스 분석] 성인지 감수성 높이는 부산시…성비위 무관용으로 여당과 차별화
  4. 4위기의 양산 어곡 매립장 <상> 실태 점검
  5. 5근교산&그너머 <1233> 경북 칠곡 유학산
  6. 6[단독] 작년 시민에 폭죽 쐈던 미군, ‘비명예 제대’ 본국으로 퇴출
  7. 7“이게 공정인가” 청와대 25세 청년비서관 역풍
  8. 8민주당 부산 지역위원회 당무감사…위원장 대거 물갈이되나
  9. 9부산엑스포 공식 도전장 냈다
  10. 10국내외 38개 리빙브랜드 한곳에…가전·체험매장 눈길
  1. 1윤석열이냐 최재형이냐, PK 야당의 고민
  2. 2“이게 공정인가” 청와대 25세 청년비서관 역풍
  3. 3민주당 부산 지역위원회 당무감사…위원장 대거 물갈이되나
  4. 4여야 “선사 가격담합 5000억 과징금 땐 해운재건 역행”
  5. 5“촛불개혁 완수 약속 지키겠다” ‘꿩 잡는 매’ 추미애 대권 선언
  6. 6김부겸 “가덕신공항 예타 면제될 것”
  7. 7X파일에 침묵 깬 윤석열 "집권당 개입했다면 불법사찰"
  8. 8대체 공휴일 확대법 여 단독 행안위 통과...본회의 통과까지 난항 가능성
  9. 9깜짝 부산행 안철수 “참전용사 기록 정부가 나서야”
  10. 10여당 경선연기 논의 의총, 이재명 vs 反이재명 정면충돌
  1. 1부산엑스포 공식 도전장 냈다
  2. 2국내외 38개 리빙브랜드 한곳에…가전·체험매장 눈길
  3. 3공공주택 개발도 수도권에 92% 편중…지역은 또 들러리
  4. 46년 만에…부산 신생아 두 달 연속 증가
  5. 5괴정6 재개발조합, 시공사 선정 돌입
  6. 6해운대에 ‘더한섬하우스’ 문 연다
  7. 7BIE(국제박람회기구) 실사 앞당겨질 가능성…민간 유치위 구성 급하다
  8. 8BPA, 연안여객부두 운영 실시협약 해지
  9. 9문재인 정부 서울 아파트값 배로 껑충…월급 25년 치 모아야 30평 산다
  10. 10킥보드, 빨간불에 횡단보도 사고땐 100% 과실
  1. 1[뉴스 분석] 성인지 감수성 높이는 부산시…성비위 무관용으로 여당과 차별화
  2. 2위기의 양산 어곡 매립장 <상> 실태 점검
  3. 3[단독] 작년 시민에 폭죽 쐈던 미군, ‘비명예 제대’ 본국으로 퇴출
  4. 4강서에 플라스틱 재활용 연구단지…국비 466억 투입
  5. 5로스쿨 올해 신입생 과반 ‘SKY’ 출신
  6. 6독자와 함께 부울경 이슈 고민, 쌍방향 뉴스레터 앞당긴다
  7. 7위기가정 긴급 지원 <6> 뇌동맥 출혈 재스민 씨
  8. 8오늘의 날씨- 2021년 6월 24일
  9. 9‘성추행 가해자 두둔’ 박기식 부산경제진흥원장 직위해제
  10. 10[단독]미국 기념일마다 ‘광란의 해운대’…정부·부산시 제동
  1. 1부산시민 숙원 축구 전용구장, 이번엔 생길까
  2. 2부산시, 사직야구장 주변 스포츠 클러스터 조성 잰걸음
  3. 3김하성, 다저스 에이스 커쇼 상대 5호 홈런 ‘쾅’
  4. 4올림픽 방학 노리는 거인, 하위권 탈출 시동 걸리나
  5. 5경륜 이혜진·펜싱 송세라, 메달 사냥 담금질
  6. 6아이파크의 미래 5인 “닥공 축구 우리 발끝서”
  7. 7롯데 필승조 김대우 공백…서튼 감독 “해결책 찾겠다”
  8. 8부산시체육회, 특수법인으로 새출발
  9. 9부산 강서구청 카누팀, 전국대회 종합 준우승
  10. 10나승엽 데뷔 첫 홈런...롯데, NC에 13대 7 승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