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令絶火道 氣盡乃斃·영절화도 기진내폐
“김개인은 거령현 사람이다. 개를 한 마리 길렀는데 매우 사랑했다. 하루는 외출하였는데 개가 또한 따랐다. 개인이 취하여 길모퉁이에 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들판에 불이 나 장차 그에게까지 번지게 되었다. 개는 옆에 있는 개울에서 몸을 적셔가지고 왔다. 왔다 갔다 하면서 빙 둘러 풀을 적셔 불길을 끊게 하고는 기운이 다하여 죽었다.
개인이 술에서 깨어나 개의 흔적을 보고는 감동하고 슬퍼하면서 노래를 지어 슬픔을 표현했다. 무덤을 만들어 장사 지내고 막대기를 심어서 표시하였는데, 막대기가 나무가 되었다. 그래서 그곳을 오수(개나무)라고 한다.”
“金蓋仁巨寧縣人也. 畜一狗甚憐. 嘗一日出行 狗亦隨之. 蓋仁醉臥道周而睡. 野燒將及. 狗乃濡身于傍川 來往環繞 以潤著草茅 令絶火道 氣盡乃斃.
蓋仁旣醒 見狗迹悲感 作歌寫哀. 起墳以葬 植杖以誌之, 杖成樹. 因名其地爲獒樹.(김개인거령현인야. 축일구심련. 상일일출행 구역수지. 개인취와도주이수. 야효장급. 구내유신우방천. 내왕환요 이윤착초모 영절화도 기진내폐.
개인기성 견구적비감 작가사애. 기분이장 식장이지지, 장성수. 인명기지위오수)”
고려 시대 명종 때의 문인인 이인로(李仁老·1152~1220)가 남긴 저서 ‘파한집(破閑集)’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다. 이인로의 ‘파한집’은 우리나라 시화집(詩話集)의 효시로 손꼽힌다. 고려 때 간행된 역사서인 ‘삼국사기’의 ‘지리(地理) 3, 전주조(全州條)’를 통해 볼 때 거령현(巨寧縣)은 지금의 전북 임실군으로 추정된다. 현재 임실군 오수면(獒樹面)이 있어 위 내용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로 짐작된다.
흔히 이 의로운 개 이야기를 서양의 이야기로 알고 있지만, 우리의 고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으로서 과연 ‘짐승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를 한 번 되돌아볼 기회가 될 것 같다. 그제가 어버이날이었다. 이인로는 세속과 담을 쌓기로 하고, 청학동(靑鶴洞)을 찾아, 현재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에 왔으나 결국 청학동을 찾지 못해 글만 남기고 돌아갔다. 그에 대하여 ‘고려사’ 열전(列傳) 15(권101)에 별도의 전(傳)이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