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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78> 후백제의 시조인 견훤의 탄생설화

매일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침실에 와서 정을 통합니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6-06 19:53:1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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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每有一紫衣男 到寢交婚·매유일자의남 도침교혼

견훤은 상주 가은현 사람이다. 본래 성은 이 씨였으나 후에 견을 성으로 삼았다. 옛날에 한 부자가 광주 북촌에 살았다. 딸이 하나 있었는데 용모가 아주 단정했다. (하루는) 딸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매일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침실에 와서 정을 통합니다.” 아버지가 말하였다. “네가 긴 실을 바늘에 꿰어 가지고 그의 옷에 찔러놓아라.” 딸이 그 말을 따랐다. 아침이 되어 그 실을 따라가 보니 북쪽 담 아래까지 이어졌고 바늘은 큰 지렁이 옆구리에 꽂혀 있었다. 후에 그리하여 임신하여 사내아이를 낳았다. 나이 열다섯에 스스로 견훤이라 칭하였다. 경복 원년 임자년에 왕을 칭하고, 완산군에 도읍을 정하여 43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甄萱 尙州加恩縣人也. 本性李 後以甄爲李. 昔一富人居光州北村. 有一女子 姿容端正. 謂父曰. 每有一紫衣男 到寢交婚. 父謂曰. 汝以長絲貫針 刺其衣. 從之. 至明 尋絲於北墻下 針刺於大蚯蚓之腰.(견훤 상주가은현인야. 본성리 후이견위리. 석일부인거광주북촌 유일여자 자용단정. 위부왈. 매유일자의남 도침교혼. 부위왈. 여이장사관침 자기의. 종지 지명 심사어북장하 침자어대구인지요.) 後因姙生一男. 年十五 自稱甄萱. 至景福元年壬子稱王 , 立都於完山郡 理四十三年.(후인임생일남 연십오 자칭견훤. 지경복원년임자칭황 입도어완산군 이사십삼년.)

‘삼국유사’에 있는 이야기로, 후백제 시조인 견훤(867~936) 탄생설화다. 그의 아버지 아자개(阿慈介)는 지금의 경북 문경인 상주 가은현 농민 출신이다. 견훤은 신라 서남부에서 세력을 모아 892년 무진주(현 광주광역시)를 점령하고, 900년 완산주(현 전주)에서 국호를 후백제(後百濟)라 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927년 신라 도성인 금성(金城)을 점령하고 경애왕을 죽인 뒤 경순왕을 앉혔다. 견훤이 늙자 10명의 아들이 후계 문제로 싸우는 과정에서 그는 금산사에 3달 동안 유폐돼 있다 왕건에게 투항했으며 936년 왕건과 함께 후백제를 공격해 멸망시켰다. 그 뒤 며칠 지나지 않아 황산(黃山)의 절에서 등창을 앓다 죽었다고 전한다. 목압서사 마당에 지렁이 여러 마리가 말라 있는 걸 보니 견훤이 생각났다.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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