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79> 꾸준한 노력으로 인간 승리, 김득신 독서 이야기

문을 닫고 가만 앉아 일만 번 읽었으니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6-08 19:39:5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杜門端坐萬番讀·두문단좌만번독

문을 닫고 가만 앉아 일만 번을 읽었으니(杜門端坐萬番讀·두문단좌만번독) / 진한(秦漢)과 당송(唐宋) 이상의 글이었네.(漢宋唐秦以上文·한송당진이상문) / ‘백이전’의 기괴한 문체 가장 좋아했으니(最嗜伯夷奇怪體·최기백이기괴체) / 빼어난 기운 표표히 구름 위로 솟구치네.(飄飄逸氣欲凌雲·표표일기욕릉운)

위 시는 백곡(柏谷) 김득신(金得臣·1604~1684)의 ‘고문초라는 책에 붙이다(題古文抄冊)’란 작품으로, 문집인 ‘백곡집(柏谷集)’에 있다. 그가 일만 번 읽었다는 ‘고문초’는 명나라 초기 대학자 방효유(方孝儒·1357~1402)가 쓴 책이다. 방효유는 조선으로 치면 사육신 같은 인물이다. 김득신은 사마천의 ‘사기’ 열전 첫머리에 실린 ‘백이열전’을 무려 1억1만3000번 읽었다는 것으로 잘 알려진 문사이다. 이때 1억은 10만을 가리키므로, 실제로 그가 읽은 횟수는 11만3000번이었던 셈이다. 시의 셋째 구에서 알 수 있듯 그가 가장 아꼈던 글이 ‘백이열전’이었다.

그의 조부는 임진왜란 때 진주 대첩을 이끈 김시민이고, 부친은 경상도 관찰사(지금의 도지사)를 지낸 김치(金緻)이다. 하지만 김득신은 어릴 때부터 아주 노둔해 10세 때 처음 부친에게 ‘사략(史略)’을 배웠으나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하지만 전설적인 부지런함으로 39세 때 진사시에 합격하고, 다시 20년 뒤인 59세 때에야 겨우 대과에 급제해 미관말직을 전전했다.

그가 1670년에 쓴 글 ‘내가 읽은 책(讀數記)’을 보면 자신이 평생 걸쳐 읽은 책 중 특별히 반복해 1만 번 이상 읽은 36편의 문장을 나열하고, 각 편을 읽은 횟수와 읽은 이유를 밝힌다. 그러면서 글의 끝에 “만약 뒤의 자손이 내 ‘독수기’를 보게 되면 내가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알 것이다”라고 썼다.

그는 놀라운 집중력과 독서 편력을 보여준 독서광이었다. 독서를 잘 하지 않는 요즘 사람들이 본다면 다소 황당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를 통해 조선 시대 선비들의 독서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동시에 김득신은 다른 사람에 비해 다소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꾸준한 노력을 하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인간 승리를 보여준다.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3. 3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4. 4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5. 5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6. 6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7. 7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8. 8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9. 9[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10. 10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3. 3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4. 4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5. 5장외로 나간 국힘 “李, 본인 사건 특검 임명…끌어내려야”(종합)
  6. 6“주민자치회 활성 위해 獨·스코틀랜드와 같이 정책반영 기반 필요”
  7. 7與 “내란잔당 국힘 후안무치…탄핵 거론 제정신 아냐”
  8. 8국힘 “이용철, 대장동 숨은 설계자” 민주 “법조 베테랑…법무장관 적격”
  9. 9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10. 10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1. 1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2. 2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3. 3외국인, 올해 1~9월 부산서 카드 1조원 넘게 썼다(종합)
  4. 4HUG 10개월 만에 또 수장 공백…당분간 대행체제 불가피
  5. 5정지선 훠궈, 전주 명물 칼국수…롯데百 맛집에 외국인도 줄선다
  6. 6폭락장 반대매매 막아라…신용융자 담보비율 의무 면제(종합)
  7. 7‘블루 쓰나미’ 충격 여전…美기술주 반등에도 코스피 안갯속(종합)
  8. 8국산화·지역 상생 앞세워 해상풍력 박차
  9. 9해군·해병대 AX 거점, 부산에 ‘둥지’
  10. 10신세계 센텀 ‘라이다’ 팝업 오픈
  1. 1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2. 2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3. 3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4. 4[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5. 5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6. 6부울경 비 내리며 기온 뚝(종합)
  7. 7고령면허 자진반납땐 최대 30만 원…7534명 ‘응답’
  8. 8광안동 인도 돌진 벤츠 운전자 2심 법정구속
  9. 9탐방 허용-자연보전 통제 ‘절묘한 균형’…100년 지킨 원칙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9일
  1. 1가을이 물든 필드…아마골퍼 300여 명 ‘열정·화합의 샷’
  2. 2“국제신문 골프대회, 아마추어 골프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되길”
  3. 3남자부 A조 어정우 씨 “뜻밖의 우승…양산과의 인연 감격”
  4. 4여자부 우승자 황은경 씨 “매번 새로워…건강하게 오래 즐기고파”
  5. 5남자부 B조 홍정삼 씨 “퍼트 감각 빛나…목표는 A부 우승”
  6. 6‘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7. 7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8. 8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9. 9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10. 10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