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85> 언제 다시 만날 모르는 벗과 마시는 술

꽃 피면 비바람 잦고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6-29 19:49:2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花發多風雨·화발다풍우

그대에게 금 술잔 권하니(勸酒金屈巵·권주금굴치) / 가득 찬 술잔 사양하지 말게(滿酌不須辭·만작불수사) / 꽃 피면 비바람 잦고(花發多風雨·화발다풍우) / 인생엔 이별이 많은 법이네(人生足離別·인생족이별)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우무릉(于武陵)의 작품 ‘술을 권하며(勸酒·권주)’로 전당시(全唐詩) 권595에 실려 있다. ‘전당시’는 청나라 강희제가 명하여 펴낸 책으로 당대(唐代)에 시 형식으로 쓴 작품 4만8900편(시인 2200여 명)을 실었다.

요즘도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술기운에 읊는 시이다. 예전에는 사람의 수명도 짧았거니와 교통이 불편하여 벗을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 만나면 살아서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애지중지 아끼던 금 술잔을 꺼내 술을 가득 따라 벗에게 주었다. 대개의 사람은 “그냥 술잔에 따라주면 되지, 친구끼리인데 금 술잔에 부어주는가” 하며, 좀 머쓱해 한다. 그렇지만 술을 건네는 우무릉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살아서 언제 다시 술 한잔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꽃 피면 비바람 잦고(花發多風雨) / 인생엔 이별이 많은 법이니(人生足離別)’라는 이 두 구절은 명구(名句)다. 이 중에서도 특히 ‘花發多風雨’가 유명하다. 실제로 꽃이 피면 비바람이 잦다. 필자가 은거하고 있는 하동 화개는 ‘10리 벚꽃’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런데 꽃이 피면 어김없이 비바람이 잦아 며칠 가지 않아 꽃이 떨어진다. 그래서 ‘花發多風雨’는 세상사가 쉽지 않다는 의미를 상징한다. 마주 앉은 벗에게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참으며 잘 헤쳐나기를 당부하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면서 “우리네 삶에 이별은 다반사지 않은가”며, 석별의 정을 애써 감추고 있다. 술을 건네는 마음, 넌지시 던지는 말 속에 벗을 위하는 깊은 정이 담겨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이런 참다운 벗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갈수록 세상에 진정성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아직 따뜻한 마음을 가진 벗들이 있다. 이런 벗과 함께 하는 정 깊은 술자리에서 온갖 시름을 달랠 수 있다. 시편들을 읽다 위 시가 마음에 와 닿아 소개해본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0. 10“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