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花發多風雨·화발다풍우
그대에게 금 술잔 권하니(勸酒金屈巵·권주금굴치) / 가득 찬 술잔 사양하지 말게(滿酌不須辭·만작불수사) / 꽃 피면 비바람 잦고(花發多風雨·화발다풍우) / 인생엔 이별이 많은 법이네(人生足離別·인생족이별)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우무릉(于武陵)의 작품 ‘술을 권하며(勸酒·권주)’로 전당시(全唐詩) 권595에 실려 있다. ‘전당시’는 청나라 강희제가 명하여 펴낸 책으로 당대(唐代)에 시 형식으로 쓴 작품 4만8900편(시인 2200여 명)을 실었다.
요즘도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술기운에 읊는 시이다. 예전에는 사람의 수명도 짧았거니와 교통이 불편하여 벗을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 만나면 살아서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애지중지 아끼던 금 술잔을 꺼내 술을 가득 따라 벗에게 주었다. 대개의 사람은 “그냥 술잔에 따라주면 되지, 친구끼리인데 금 술잔에 부어주는가” 하며, 좀 머쓱해 한다. 그렇지만 술을 건네는 우무릉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살아서 언제 다시 술 한잔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꽃 피면 비바람 잦고(花發多風雨) / 인생엔 이별이 많은 법이니(人生足離別)’라는 이 두 구절은 명구(名句)다. 이 중에서도 특히 ‘花發多風雨’가 유명하다. 실제로 꽃이 피면 비바람이 잦다. 필자가 은거하고 있는 하동 화개는 ‘10리 벚꽃’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런데 꽃이 피면 어김없이 비바람이 잦아 며칠 가지 않아 꽃이 떨어진다. 그래서 ‘花發多風雨’는 세상사가 쉽지 않다는 의미를 상징한다. 마주 앉은 벗에게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참으며 잘 헤쳐나기를 당부하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면서 “우리네 삶에 이별은 다반사지 않은가”며, 석별의 정을 애써 감추고 있다. 술을 건네는 마음, 넌지시 던지는 말 속에 벗을 위하는 깊은 정이 담겨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이런 참다운 벗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갈수록 세상에 진정성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아직 따뜻한 마음을 가진 벗들이 있다. 이런 벗과 함께 하는 정 깊은 술자리에서 온갖 시름을 달랠 수 있다. 시편들을 읽다 위 시가 마음에 와 닿아 소개해본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