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蓋國 形也 史 神也·개국 형야 사 신야

“옛사람은 ‘나라는 멸망시킬 수 있어도 역사는 멸망시킬 수 없다’고 말하였다. 나라는 육체이고, 역사는 정신이다. 지금 한국의 육체는 훼손되었으나 정신은 홀로 존재할 수 없는가? 이것이 ‘한국통사(韓國痛史)’를 짓게 된 까닭이다. 정신이 존재하여 멸망하지 않는다면, 육체는 때가 되면 부활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불과 갑자년(1864년) 이후 오십 년의 역사일 뿐이니, 사천 년 역사 전체의 정신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는가? 이는 우리 민족이 우리 조상을 생각하며 잊지 않는 것에 달려 있다.”

古人云: ‘國可滅 史不可滅.’ 蓋國 形也 史 神也. 今韓之形毁矣 而神不可以獨存乎? 此痛史之所以作也. 神存而不滅 形有時而復活矣. 然是編也 不過甲子以後五十年史, 耳 鳥足以傳我四千年歷史全部之神乎? 是在吾族念吾祖而勿忘焉耳.(고인운: ‘국가멸 사불가멸.’ 개국 형야 사 신야. 금한지형훼의 이신불가이독존호? 차통사지소이작야. 신존이불멸 형유시이부활의. 연시편야 불과갑자이후오십년사, 이 족조이전아사천년역사전부지신호? 시재오족념오조이물말언이.)

위 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1859~1925) 선생이 쓴 ‘한국통사(韓國痛史)’의 서언(緖言) 중 일부분이다. 1914년에 완성하여 1915년 망명지인 중국 상해에서 간행한 책으로,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1864년부터 1911년까지의 아픈 역사를 서술한 역사책이다. 모두 3편 1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지만, 정신을 잃지 않으면 곧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교(國敎)와 국사(國史)를 지키면 독립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그에게 역사 편찬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의 적극적 표현이었다.

분명한 주제 의식과 논리 전개, 비장한 문체는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명문으로 꼽힌다. ‘한국통사’는 또한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최초로 종합적으로 서술한 것으로도 의미가 크다. 박은식 선생은 역사 연구와 독립운동에 헌신하다가 1925년 상해에서 서거했다. 올 상반기 목압서사의 마지막 인문학 특강으로 ‘박은식과 한국통사(韓國痛史)’를 주제로 강의한 바 있어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