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88> “빌려 간 책 돌려달라” 독서광 허균의 편지

되돌려주시기 바랍니다 … 감히 사룁니다(幸擲還爲望…敢白·행척환위망…감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7-11 18:55:53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옛사람의 말에 ‘빌려 간 책은 언제나 되돌려주기는 더디고 더디다’ 했지만, ‘더디다’는 말은 1, 2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강(史綱)’을 빌려드린 지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되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벼슬할 마음을 끊고 강릉으로 아주 돌아가 그 책이나 읽으면서 소일하고자 합니다. 감히 사룁니다.”

古人言 ‘借書常送遲遲’之遲者 指一二年也. ‘史綱’之借上 星紀將易. 幸擲還爲望. 鄙生亦絶志仕宦 大歸江陵 欲資此以敵閑也. 敢白.(고인언 ‘차서상송지지’지지자 지일이년야. ‘사강’지차상 성기장이. 행척환위망. 비생역절지사환 대귀강릉 욕차차이적한야. 감백.)

위 글은 교산(蛟山) 허균(許筠·1569~1618)이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1620)에게 보낸 편지 ‘여정한강 계묘팔월(與鄭寒岡 癸卯八月)’로, 허균의 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권 20에 있다. ‘성소(惺所)’는 허균의 다른 호이다. ‘부부고(覆瓿藁)’는 자기 저서를 후세 사람이 장 항아리 덮개로 쓸 것이라고 겸양조로 한 말이다. 허균은 독서광이자 책 수집광이었다.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며 늘 책을 가득 사 왔다. 한강이 ‘사강’을 빌려 가선 10년이 넘게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허균은 이 편지를 30대 초반인 1603년 8월 썼다. 춘추관 편수관(編修官)에서 해직돼 있을 때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음을 절감하고 고향 강릉으로 돌아가 역사서인 ‘사강’을 읽으며 은거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책을 귀하게 여긴 인물로 손꼽히는 이가 중국 명나라 때 범흠(范欽)이다. 그는 “집안의 서책을 집 밖으로 반출하거나 빌려주는 사람은 족보에서 빼버리겠다”는 유훈을 남겼다. 어떤 이는 범흠이 조성한 유명한 장서각인 천일각(天一閣)의 책을 보기 위해 딸을 시집보냈으나, 책 열람은 실패했다고 전한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지금도 있는 천일각의 장서는 범흠 때 7만 권에서 현재 1만3000여 권으로 줄었다고 한다.

필자의 집안도 경북 일원에서 책을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6·25 전쟁 때 대부분 소실됐다. 그나마 필자의 어리석음으로 남아있는 고서와 부친 및 필자의 도서도 거의 잃어버렸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3. 3‘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6. 6[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9. 9“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보수 차기 경쟁 본격…張 “민생 예산 증액”·吳 “모두 힘합쳐야”·韓 “상향식 공천”
  8. 8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1. 1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2. 2‘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3. 3[뭐라노] ‘김해공항 최장노선’…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5. 5정부, 2023년 중단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재추진 본격화
  6. 6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7. 7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8. 8“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9. 9신규 원전 건설…고준위 방폐물 1만8000다발 추가 발생 전망
  10. 10“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3. 3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4. 4[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5. 5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6. 6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7. 7노사 마찰에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이틀째 중단
  8. 8[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9. 9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10. 10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5. 5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6. 6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7. 7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부산과기대, 제107회 전국체전 야구 우승…‘3년 연속 메달’ 쾌거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