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91> 소나기·빗소리·피서법 등 한여름을 읊은 시

빗줄기 독을 엎은 듯 퍼부어대네

  • 조해훈
  •  |   입력 : 2021-07-20 19:45:3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濛濛雨勢似盆傾·몽몽우세사분경

우렛소리 북을 울려대듯 요란하고(隱隱雷聲作鼓鳴·은은뢰성작고명) / 빗줄기 독을 엎은 듯 퍼부어대네(濛濛雨勢似盆傾·몽몽우세사분경)./ 잠시 개자 뜰의 더위와 먼지 사라져(少晴庭院炎塵盡·소청정원염진진) / 소매 가득 서늘함에 뼈조차 상쾌하네(滿袖微凉骨欲輕·만수미량골욕경).

벼슬하지 않고 경북 안동 청성산(靑城山) 아래에 무민재(無悶齋)를 지어 은거했던 16세기 학자 권호문(權好文·1532~1587)의 시 ‘소나기(驟雨)’로 그의 문집 ‘송암집(松巖集)’에 수록된 칠언절구이다. 우렛소리가 둥둥둥 북을 치는 것처럼 요란하다. 독을 엎어놓은 듯 빗줄기가 사납게 퍼붓는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갠다. 그러자 더위도 한풀 꺾였고 먼지가 사라진 듯 온 세상이 깨끗하다. 온몸으로 스미는 시원한 기운에 뼛속까지 상쾌한 느낌이다. 선비들은 비가 내리는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고 시로 읊었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나기 소리를 즐기기도 했다. 빗소리를 즐기려고 연꽃이나 오동나무, 파초 등 잎이 큰 식물을 심었다.

‘파초우성(芭蕉雨聲)’, 즉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선비들은 좋아했다. 백거이는 ‘밤비(夜雨)’에서 ‘창밖에 밤비 내리는 것을 알겠구나(隔窓知夜雨·격창지야우) / 파초 잎에서 먼저 소리가 들리니(芭蕉先有聲·파초선유성)’라고 했다. 파초를 심고 그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좋아한 서유구(1764∼1845)는 집에 ‘우초당(雨蕉堂)’ 현판을 걸었다. 소나기라도 내려 그치면 시원하지만 그도 아니면 더위를 피해야 한다. 가장 뛰어난 피서법은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일이다. 17세기 시인 정칙은 ‘여름날 병이 들어(夏日病後·하일병후)’란 시에서 ‘마음이 고요하면 절로 시원함이 생긴다네(心靜自生凉·심정자생량) / 꼭 차디찬 얼음물 찾을 것 있겠는가(不必求冰冷·불필구빙랭)’라고 읊었다.

필자가 지리산 벽소령과 삼신봉을 병풍 삼아 사는 이곳에는 여름이면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비가 퍼붓곤 한다. 지난해에는 아래쪽인 화개장터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옛날 사람들은 빗소리를 즐기기도 하고 나름대로 피서를 했다. 하도 더워 자료를 뒤지다 보니 무더위와 관련한 한시가 많았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