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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04> 도가 경전 ‘열자(列子)’ 속 고사성어 기우(杞憂)

기가 없는 곳이 없는데, 어찌 무너질까 근심하는가?(無處無氣, 奈何優崩墜乎?·무처무기, 나하우붕추호?)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09-05 18:51:0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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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杞)나라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하늘과 땅이 무너지고 꺼지면 몸을 붙일 곳이 없음을 걱정하여 먹고 자는 것을 그만둔 자였다. 또 걱정하는 그 사람을 염려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때문에 가서 그가 이해하도록 말하였다. “하늘에는 기(氣)가 쌓여있다. 기가 없는 곳이 없는데, 어찌 무너질까 근심하는가?”

杞國有人, 憂天地崩墜, 身無所奇, 廢寢食者. 又有優彼之所優者, 因往曉之, 曰: “天積氣耳. 無處無氣, 奈何優崩墜乎?”(기국유인, 우천지붕추, 신무소기, 폐침식자. 우유우피지소우자, 인왕효지, 왈: “천적기이. 무처무기, 나하우붕추호?”)

중국의 도가(道家) 경전의 한 책인 ‘열자(列子)에 나오는 문장이다. 기나라는 중국 주(周)나라 시대의 제후국 가운데 하나로, 지금의 하남성 기현(杞縣)이다.

흔히 일상에서 가끔 쓰는 ‘기우(杞憂)’라는 고사성어가 위 문장에서 나왔다. 남들이 볼 때 상식적이지 않는 뭔가에 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을 두고 “네가 하는 걱정, 그건 기우다”고 말한다.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고, 길을 가면 땅이 꺼질 것 같아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요즘도 정신치료를 받는 사람들 중에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예전에 알고 지내던 정신과 의사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위의 문장 속 고사에 나오는 기나라 사람은 얼마나 걱정이 심했으면 먹고 자는 것까지 끊었을까. 다행히 쓸데없이 걱정하는 기나라 사람에게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늘은 기가 쌓여 있으므로, 절대 무너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언자의 말대로 기나라 사람이 그 걱정을 그만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상이 복잡다단해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을 겪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한다. 필자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몇 명 있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는 걸 본다.

목압서사에서 계곡 길을 따라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맥전(麥田)마을이 있다. 오전에 그곳으로 산책을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세상에서 한 발 비켜나 지리산 이 깊은 골짜기에서 많은 일들을 잊고 살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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