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05> 귀뚜라미 우는 밤 잠 못 이룬 이건(李健)의 시

정원 가득 가을 드니 귀뚜라미 구슬프게 우네(秋到深園蟋蟀哀·추도심원실솔애)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09-07 18:51:4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달이 밝은 한밤 다시 시간은 긴데(月明伴夜更籌永·월명반야갱주영)/ 정원 가득 가을 드니 귀뚜라미 구슬프게 우네.(秋到深園蟋蟀哀·추도심원실솔애)/ 남은 꿈 다 못 꾸고 베개 밀쳐 일어나(殘夢未成推枕起·잔몽미성추침기)/ 비단 부채 자주 들어 창턱을 두드리네.(頻將紈扇拍窓隈·빈장환선박창외)

규창(葵窓) 이건(李健·1614~1662)의 칠언절구 ‘귀뚜라미(蟋蟀·실솔)’로, 그의 문집인 ‘규창집(葵窓集)’에 수록돼 있다.

달빛이 환한 깊은 밤이다. 시간은 왜 이리 더디 가는가. 잠이 오지 않아 마음을 다잡기 어려운데 귀뚜라미가 구슬프게 운다. 초저녁 선잠에 아련하게 꿈속을 헤매었다. 하지만 무슨 꿈을 꾸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에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어 베개를 밀쳐버리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부채를 들어 창틀을 두드리며 귀뚜라미의 울음을 그치게 해보건만, 잠시뿐 소리는 다시 커진다.

그가 잠이 깬 이유는 다만 귀뚜라미 소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굴곡지고 스산한 삶이 생각난 탓일지도 모른다.

그는 선조의 일곱째 아들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1588~1628)의 셋째 아들이다. 선조의 손자이지만 우여곡절의 삶을 살았다. 이건이 12세 때인 1625년에 부친이 이괄의 난에 연루되어 강원도 간성과 원주로 유배되었다. 이어 1628년에는 유효립의 역모에 휘말려 진도에 유배되어 그해 5월, 41세의 나이로 적소에서 죽었다.

이 사건으로 같은 해에 이건을 포함한 온 가족이 역신의 자손으로 제주도에 유배되었다. 1635년 제주도에서 이배되었다가 1637년 10년 만에 귀양에서 풀려났다. 이후 이건은 1662년 겨울에 병을 얻어 그해 12월 24일 49세로 생을 마감했다. 위 시는 그가 유배에서 풀려나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이건은 유배에서 돌아와 조그만 서실을 마련하여 서책을 읽으면서 세상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를 짓고 글씨와 그림에만 힘썼다. 그리하여 글씨와 시, 그림에 능하다 해서 세상 사람들이 이건을 삼절(三絶)이라 일컬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6. 6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7. 7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8. 8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9. 9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10. 10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1. 1[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8. 8[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9. 9李 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마치고 귀국…국내 현안 산적
  10. 10[속보] 軍·유엔사, DMZ 폭발현장 조사…“추가 조사 예정”
  1. 1[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4. 4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5. 5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6. 6“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7. 7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8. 8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9. 9‘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10. 10"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4. 4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5. 5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6. 6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7. 7부산항 앞바다서 60대 여성 심정지 상태로 구조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0. 10DMZ 사고 관련 대통령·軍지휘부 대상 고발 잇따라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5. 5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6. 6AG 펜싱 남자 에페, 일본 38-37 꺾고 단체전 결승…銀 확보
  7. 7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8. 8AG 한국 여자핸드볼 일본에 설욕하고 금…8년 만에 정상 탈환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