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猶不能頓忘·유불능돈망
옛날에 고승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부질없는 것으로 보았다. 생각에 걸리는 게 없었다. 그러나 오직 남녀의 정욕만은 비록 아무리 독하게 끊어 굳게 막아 보려 했지만, 오히려 그 생각이 잊히지 않았다. 이에 세 살짜리 고아를 안고, 깊숙이 수 백 리 떨어진 아무도 없는 산으로 들어갔다. 십삼 년간을 가르치고 길렀다.
(古有高僧, 視世間萬事, 皆如浮烟. 無所係念, 而獨於男女之欲, 雖猛割而堅塞, 猶不能頓忘. 乃抱三歲孤兒, 而深入數百里, 絶人之山. 敎養十三年.(고유고승, 시세간만사, 개여부연. 무소계념, 이독어남녀지욕, 수맹할이견새, 유불능돈망. 내포삼세고아, 이심입수백리, 절인지산. 교양십삼년.)
위 문장은 조선 후기 시인인 삽교(霅橋) 안석경(安錫儆·1718년~1774)이 지은 ‘삽교집(霅橋集)’의 ‘만록(漫錄)’에 실려 있는 내용 중 앞부분이다. 세상과 맺은 인연을 끊기 위해 고아를 데리고 깊은 산속에 들어갔던 고승이 사람의 정욕(情慾)이 자연스러운 본성임을 알고는 환속했다는 이야기이다. 안석경은 1752년 아버지가 별세하자 강원도 횡성 두메산골인 삽교에 은거해 살아간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혈기왕성한 청소년으로 자란 아이는 그때까지 자신의 거시기(?)를 오줌을 누는 용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승은 아이에게 하늘의 이치와 인간의 정욕을 시험해보고자 산에서 나왔다.
길가에 어떤 부부가 김을 매고 있었다. 아이는 남자의 아내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묻자 “속세 사람(남편)을 위해서 밥을 짓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이는 “제가 밥 짓는 사람을 보니, 오줌통이 움직이며, 가려운 것이 참기 어렵고, 밥 짓는 사람과 비벼대고 싶은 것은 왜입니까?”고 물었다.고승은 슬픈 듯이 탄식하고 부처님께 작별을 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리곤 과부에게 장가를 들고, 아이도 처녀에게 장가를 들여 주었다. 고승은 남녀가 부부가 되는 것은 하늘의 이치이자 전부 인간의 욕정은 아니며, 불도(佛道)가 하늘의 이치를 어겼으니 그것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위 문장을 골라봤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