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08> 술을 적당히 마시기를 권하는 남용익의 글

저도 모르게 침을 흘린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9-26 19:53:50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不覺流涎者·불각류연자

예전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을 몹시 사랑하여 성현(聖賢)에 비교하였다. 나 또한 술을 매우 좋아하여 역시 성현이라 말하곤 했다. 지금은 술이 성현이 아니라 참으로 소인배임을 크게 깨달았다. … … 술병에 걸린 사람이 가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준엄하게 꾸짖고 통렬하게 경계하여 여러 날 술을 끊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그 맛이 생각나면 저도 모르게 침을 흘린다. …

古之飮者, 愛酒之甚, 至比於聖賢, 余之愛亦甚, 故亦謂聖謂賢矣. 今乃大覺酒非聖非賢, 乃眞小人也. … … 病酒之人, 時或悔悟, 刻責痛戒, 數日停觴, 而忽思其味, 不覺流涎者, …(고지음자, 애주지심, 지비어성현, 여지애역심, 고역위성위현의. 금내대각주비성비현, 내진소인야. … … 병주지인, 시혹회오, 각책통계, 수일정상, 이홀사기미, 불각류연자, …)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1628~1692)의 산문인 ‘술은 소인배라는 이야기’라는 뜻의 ‘酒小人說·주소인설’로, 그의 문집인 ‘호곡집’에 들어있다. 그가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와 남긴 ‘부상록(扶桑錄)’이 잘 알려져 있다. 남용익은 젊어서 술을 아주 좋아하였으나, 노년에는 술을 멀리하였다. 그렇다고 딱 끊지는 못했다고 적었다. 위 글의 마지막 문장에 ‘余少甚愛之, 近始疏之. 而猶未絶之甚.(여소심애지, 근시소지. 이유미절지심.)이라 하였다. 지면 한정으로 위 글을 모두 소개하지 못해 아쉽지만, 술을 너무 좋아해 몸이 상할 정도인 애주가라면 전체를 읽어봄 직하다. 남용익은 애주가로서 경험과 역사 속 전거를 대입해 술의 폐해를 입증하고 있다. 애주벽이 있던 그는 그래서인지 술과 관련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지난주가 추석 연휴였다. 예전에는 대개의 가정이나 직장에서 명절 전후로 술을 많이 마셨다. 지금은 코로나로 ‘부어라 마셔라’식 술 문화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요즘은 “술 한잔합시다”고 인사를 건네는 게 눈치 보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술은 단점만 있는 게 아니고 좋은 점이 분명 많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잔을 놓는 게 쉽지 않다. 남용익의 말대로 술이 ‘성현’인지, ‘소인배’인지는 술을 마시는 각자 판단할 문제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이십니까?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부산 금정구, ‘야생화 및 국화 분재 전시회’ 개최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