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不覺流涎者·불각류연자
예전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을 몹시 사랑하여 성현(聖賢)에 비교하였다. 나 또한 술을 매우 좋아하여 역시 성현이라 말하곤 했다. 지금은 술이 성현이 아니라 참으로 소인배임을 크게 깨달았다. … … 술병에 걸린 사람이 가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준엄하게 꾸짖고 통렬하게 경계하여 여러 날 술을 끊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그 맛이 생각나면 저도 모르게 침을 흘린다. …
古之飮者, 愛酒之甚, 至比於聖賢, 余之愛亦甚, 故亦謂聖謂賢矣. 今乃大覺酒非聖非賢, 乃眞小人也. … … 病酒之人, 時或悔悟, 刻責痛戒, 數日停觴, 而忽思其味, 不覺流涎者, …(고지음자, 애주지심, 지비어성현, 여지애역심, 고역위성위현의. 금내대각주비성비현, 내진소인야. … … 병주지인, 시혹회오, 각책통계, 수일정상, 이홀사기미, 불각류연자, …)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1628~1692)의 산문인 ‘술은 소인배라는 이야기’라는 뜻의 ‘酒小人說·주소인설’로, 그의 문집인 ‘호곡집’에 들어있다. 그가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와 남긴 ‘부상록(扶桑錄)’이 잘 알려져 있다. 남용익은 젊어서 술을 아주 좋아하였으나, 노년에는 술을 멀리하였다. 그렇다고 딱 끊지는 못했다고 적었다. 위 글의 마지막 문장에 ‘余少甚愛之, 近始疏之. 而猶未絶之甚.(여소심애지, 근시소지. 이유미절지심.)이라 하였다. 지면 한정으로 위 글을 모두 소개하지 못해 아쉽지만, 술을 너무 좋아해 몸이 상할 정도인 애주가라면 전체를 읽어봄 직하다. 남용익은 애주가로서 경험과 역사 속 전거를 대입해 술의 폐해를 입증하고 있다. 애주벽이 있던 그는 그래서인지 술과 관련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지난주가 추석 연휴였다. 예전에는 대개의 가정이나 직장에서 명절 전후로 술을 많이 마셨다. 지금은 코로나로 ‘부어라 마셔라’식 술 문화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요즘은 “술 한잔합시다”고 인사를 건네는 게 눈치 보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술은 단점만 있는 게 아니고 좋은 점이 분명 많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잔을 놓는 게 쉽지 않다. 남용익의 말대로 술이 ‘성현’인지, ‘소인배’인지는 술을 마시는 각자 판단할 문제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이십니까?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