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17> 가을 하늘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 읊은 두심언

가을 하늘 높아 가고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추고새마비)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10-31 18:55:22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먹구름이 다 걷혀 요사스런 별은 지니(雲淨妖星落·운정요성락)/ 가을 하늘 높아가고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추고새마비)/ 말안장에 올라앉아 천하명검 번쩍 들고(馬鞍雄劍動·마안웅검동)/ 붓을 들어 깃털 편지 작성하여 띄운다네.(搖筆羽書飛·요필우서비)

당나라 초기 시인 두심언(杜審言·648?~708)의 시 ‘소미도에게 주는 시(贈蘇味道·증소미도)’ 일부로, ‘전당시’ 62권에 수록됐다. 두심언은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의 조부이다. 위 시는 변방 정경과 당나라 군대의 빛나는 승전보를 전하는 내용이다. 시 전체 내용을 보면 당나라 중종 때, 두심언이 참군(參軍)으로 북녘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가 하루빨리 장안(長安)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은 것이다. 여기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구절은 당나라 군대의 승리를 가을날에 비유한 것이다.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따르면 ‘추고마비’라는 말은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유목민족 흉노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이 있다. 흉노는 가을철에 중국 북방 변경 농경지대를 약탈하여 기나긴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했다. 북방 변경의 중국인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만 되면 흉노의 침입 때문에 늘 전전긍긍했다. 중국인에게 추고마비는 두려움과 경고의 고사성어로 시작한 말이다.

고대 중국 군왕들에게 흉노의 침입에 대처하는 것이 외치의 가장 큰 과제였다. 춘추전국시대에 연(燕)·진(秦)·조(趙)나라는 각각 북쪽 변경에 장성을 쌓았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제는 그 장성들을 증축하고 이어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이렇듯 추고마비는 부정적인 뜻으로 시작했으나 만리장성을 쌓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염려할 필요가 없어지자 점차 좋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위 시의 살찐 말은 오랑캐 말이 아니라 요새를 지키는 당나라 군대의 말이므로 ‘추고마비’는 이전 뜻과 달리 오곡백과 무르익고 말도 살찌는 아주 좋은 가을 날씨를 표현하는 말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고마비보다 ‘천고마비(天高馬肥)’를 일반적으로 쓴다. 요즘 여기저기서 ‘천고마비’라는 말을 많이들 써서 유래를 한 번 더듬어봤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4. 4“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8. 8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3. 3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4. 4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