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27> 삿갓을 쓴 채 세상 방랑하며 많은 시 남긴 김병연

주인은 모두 손 휘두르며 나를 물리치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12-05 19:49:27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三被主人手却揮·삼피주인수각휘

석양에 두 집 사립문을 두드리며 섰으나(斜陽叩立兩柴扉·사양고립양시비)/ 주인은 모두 손을 휘저으며 거절하네.(三被主人手却揮·삼피주인수각휘)/ 두견새 역시 야박한 풍속을 아는 듯(杜宇亦知風俗薄·두우역지풍속박)/ 수풀을 사이에 두고 돌아가라고 울어대네.(隔林啼送不如歸·격림제송불여귀)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병연(金炳淵·1807~1863) 의 시 ‘門前薄待(문전박대)’로, ‘김립시집(金笠詩集)’에 수록돼 있다. 시를 해석히며 약간 의역했지만, 여하튼 내용대로 떠도는 중 해거름에 남의 집 문을 두드렸으나 모두 문전박대당한 모습을 읊었다. 김삿갓 또는 김립으로 불리는 김병연이 방랑시인이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다. 1811년(순조 11) 홍경래의 난 때 평안도 선천방어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에게 투항한 죄로 집안이 멸족당했다. 당시 6세였던 김병연은 하인 김성수의 구원을 받아 형 병하와 함께 황해도 곡산으로 피신했다. 뒷날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돼 형제는 강원도 영월에 숨어 살던 어머니에게 돌아갔다. 아버지 김안근은 화병으로 죽었다.

가문 내력을 모른 채 살던 김병연은 1827년 20세 때 결혼했다. 그해 영월군 동헌에서 열린 백일장 과거에 참가해 장원급제한다. 이때 시제가 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 즉 ‘정 가산 군수의 순절을 논하고, 하늘에 사무치는 김익순의 죄를 탄핵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가산군수 정시(鄭蓍)는 반란군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하지만 김병연은 김익순이 조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삿갓을 쓰고 방랑하면서 많은 시를 남겼다. 1863년 57세로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구암마을에서 객사했다. 19세기 중반 이우준이 쓴 ‘몽유야담’에 김삿갓 시 2편이 실린 것이 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김삿갓은 벼슬을 한 적이 없으므로 공식 문서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시집은 이응수(1909~1964) 씨에 의해 1939년 처음 발행되었다. 며칠 전 전남 화순에 사는 분이 하동 화개면에 놀러 왔다가 목압서사를 찾아왔다. 화순에 김삿갓이 세상을 뜬 집이 보존돼 있다는 등 이야기를 하고 가셨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7. 7[속보] 다카이치 총리, 야스쿠니 가을 제사 공물 봉납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9. 9"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10. 10"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1. 1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2. 2[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3. 3[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4. 4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7. 7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8. 8李대통령, 부상 소방관·장병 쾌유기원…“천금 준들 아깝겠나”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6. 6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7. 7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8. 8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9. 9‘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0. 10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3. 3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4. 4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5. 5"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6. 6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7. 7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8. 8"빈곤 없는 세상 쟁취하자" 서울 도심서 빈곤 철폐 투쟁 대회
  9. 9부천 공장 화재, 금속 세척 작업 중 '유증기 스파크 발화' 추정
  10. 10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