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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32> 유자광의 오만과 월권 비판한 서거정의 글

이치를 거스르면 화를 입는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12-21 19:38:1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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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悖理則受禍·패리즉수화

자기 직분을 다하는 것을 수직(守職)이라 하고, 자기 직분도 다하지 못하면서 남의 직분을 대신하는 것을 월직(越職)이라 한다. 직분을 넘어서면 이치를 거스르고, 이치를 거스르면 화를 입는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닭이 새벽에 울지 않고 밤에 울면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찢어 죽이고 말 것이니, 직분을 넘어섰다가 화를 입은 것 아니겠는가?

能職其職, 謂之守職, 不職其職, 而代他職, 謂之越職. 越職則悖理, 悖理則受禍. 今以一物譬之, 鷄不晨而夜, 則人皆驚恠之, 磔禳之, 得非禍於越職乎?(능직기직, 위지수직, 불직기직, 이대타직, 위지월직, 월직즉패리, 패리즉수화. 금이일물경지, 계불신이야, 즉인개경괴지, 책양지, 득비화어월직호?)

위 글은 서거정(1420∼1488)의 산문 ‘수직(守職·직분을 지킨다는 것)’으로, 그의 문집인 ‘사가문집(四佳文集)’ 보유(補遺) 권2에 있다. 유자광(柳子光·1439~1512)이 월권하고 대신들을 탄핵하는 등 안하무인으로 행패 부리자 서거정이 그 사실을 적어 연산군에게 올렸다. 유자광은 무뢰배로 살다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建春門)을 지키는 병졸이 됐다. 1467년 이시애의 난 때 공을 세워 세조의 총애를 받아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는 권세를 휘둘렀고, 무오사화를 일으켜 반대파를 숙청했다.

1476년(성종7)에는 임금의 장인인 한명회를 탄핵해, 외척으로서 권력을 농단했던 한나라 곽광과 양기에 견줬다. 같은 해 의정부·육조 관원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유자광은 1501년 상소하여 서거정의 위 글을 비판하여 무고라고 주장했다. 유자광은 중종반정에 적극 가담해 무령부원군(武靈府院君)에 봉해졌다. 너무 무리하다 대간들이 일제히 탄핵해, 그는 훈적에서 삭제되고 홍양에 유배됐다. 그는 귀양살이하다가 죽었다.

엊그제 함양 조동마을에서 고서(古書) 엮는 작업을 하는 팔령 강안구 선생 댁에 묵으며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필자가 은거 중인 화개 목압마을에서 벽소령을 넘으면 그 마을이 있다.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해 관아 옆 학사루에 유자광의 글이 붙은 것을 보고 떼어낸 일이 상기됐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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