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33> 성찰하는 진중한 삶 당부하는 극근선사

진중하고 진중하시라(珍重珍重·진중진중)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12-26 18:47:30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으니(已徹無功·이철무공)/ 게송을 남길 필요가 없네.(不必留頌·불필류송)/ 오직 인연 따라 살 뿐이니(聊爾應緣·요이응연)/ 진중하고 진중하시라(珍重珍重·진중진중).

송나라 극근(克勤·1063~1135) 선사의 임종게이다. 그는 임제종(臨濟宗)의 제11조(祖)이다. 남송의 고종은 극근 선사를 존경하여 ‘원오(圜悟)’라는 호를 내려주었다. 그가 활동하던 때 북송의 휘종은 그에게 ‘불과(佛果)’라는 호를 주었다. 입적한 뒤에는 ‘진각국사(眞覺國師)’라는 시호를 받았다. ‘간화선(看話禪)’으로 대변되는 선승 대혜종고가 그의 제자다.

이처럼 대단한 선승인데도 제자들에게 남긴 임종게는 소박하다. 인연 따라 진중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송나라 때 고승 오조법연(五祖法演)에게는 뛰어난 세 제자가 있었다. 오조법연이 세 제자와 함께 밤길을 걷는데 들고 있던 등불이 꺼져버렸다. 그러자 오조법연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세 제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극근은 “발밑을 살펴보아야 합니다(看脚下)”고 말했다. 참으로 단순한 대답이지만, 이 말에는 수행자로서 늘 자신을 성찰하며 살겠다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스승은 이 말을 듣고 극근을후계자로 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극근선사를 이야기 할 때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과 관련을 시킨다. 사찰 법당 섬돌 위에 이 글이 적혀 있는 걸 종종 본다. 자신의 발밑을 잘 살펴보라는 뜻이다. 법당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으라는 의미다. 신발 벗어놓은 걸 보면 평소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이를 마음공부라 한다.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上求菩提),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한다(下化衆生)’는 서원(誓願)을 세우고 출가한 수행자가 평생의 지침으로 삼는 경구이기도 하다.

사람이 죽을 때 평생 모은 돈은 하나도 못 가져가지만, 지은 업(業)만은 가져간다고 한다. 악업을 쌓으며 살고 있는지, 선업을 쌓으며 사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극근선사는 열반하면서 위의 게를 통해 사람들은 어떤 인연으로 살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을 진중하게 살지 않을 수 없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0. 10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6. 6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7. 7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8. 8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9. 9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10. 10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1. 1[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2. 2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3. 3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4. 4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5. 5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6. 6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7. 7부산 온 금융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률 30%' 눈 가리고 아웅(종합)
  8. 8“밀양·부산 내륙 기행” 인기 폭발… 1~9월 6000여 명이 열차 이용
  9. 9‘8% 넘게 폭락’ 두 달만에 코스피·코스닥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10. 10[속보]“편의점 김밥 잘 골라야”… 속 재료·영양·가격 등 제품마다 제각각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7. 7고성 출신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 자랑스런 경남인상 수상
  8. 8해인사, 팔만대장경 한 본 더 제작한다…29일 판각 시작 알리는 고불식
  9. 9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10. 10근무 중 헬스장 222차례 간 경감…법원 “강등 정당”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3. 3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