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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35> 새해 소망 담은 조선 중기 소쇄양의 시

산굽이 물가에서 마음껏 술을 마셨으면 한다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2-01-02 19:50:47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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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隈水澨剩含杯·산외수서잉함배

사람들은 새해에는 재물이 많아지길 원하지만(人皆新歲願多財·인개신세원다재)/ 나는 몸에 질병의 재앙이 없었으면 한다네.(我願身無疾病災·아원신무질병재)/말 타고 문을 나가 마음대로 놀고 싶고(騎馬出門惟意適·기마출문유의적)/ 산굽이 물가에서 마음껏 술을 마셨으면 한다네.(山隈水澨剩含杯·산외수서잉함배)

위 시는 양곡(陽谷) 소쇄양(1486~1562)의 시 ‘무오영상(戊午迎祥)’으로, 그의 문집인 ‘양곡집’ 권8에 수록돼 있다. 해가 바뀌면서 새해 소망을 시로 지은 것이다. 양력설에 지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새해 벽두 시로 인용하니 독자들께서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으로 호랑이해이다. 육십 간지 중 임(壬)은 39번째로 검은색, 인(寅)은 호랑이를 뜻하므로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위 시에서 보다시피 소쇄양은 새해 소망으로 재물이 늘기를 빈 것이 아니라 건강하기를 바란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몸에 병이 많으면 소용이 없다. 시인도 말하고 있듯 건강해서 마음대로 다니고, 친구들과 술도 마음껏 마시는 일상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는 기생 황진이와 나눈 사랑으로 회자 됐던 인물이다.

필자는 지리산에 묻혀있어 세상 소식을 잘 알지 못한다. 휴대전화도 거의 안 쓴다. 도시 나들이는 3, 4개월에 한 번 병원 가는 게 거의 전부다. 첫 시외버스로 가 대학병원의 순환기내과와 내분비내과에 들렀다가 약국에서 약 타고 나면 돌아오기 바쁘다.

어쩌다 필자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벗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게 정보의 대부분인데, 올해는 정치하는 사람이 보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자를 여러 건 받았다. 새해 첫날부터 산에 올라 일하는 농부도 쓸 데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친께서는 새해에 가족에게 사자성어를 붓글씨로 적어 한 해 무탈하게 살기를 기원하셨다. 선친께서 세상을 버리시고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필자는 올해 사자성어로 ‘상소우소(常笑又笑)’를 적어 가족에게 보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항상 웃고 또 웃자’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선근경득(善近慶得)’을 적었다. 상소우소는 필자가 국제신문 독자들께 보내는 새해 인사이기도 하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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