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38> 큰 아들의 과거 시험 앞두고 쓴 연암 박지원의 편지

비록 반도 못 썼다 해도 답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雖減半, 亦能呈券耳·수감반, 역능정권이)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1-11 18:53:5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과거 볼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과시는) 몇 수나 지어 봤으며, 또한 빨리 짓기에는 어려움이 없느냐? 제목을 보고 마음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장에 들어갈 일이고, 비록 반도 못 썼다 하더라도 답안지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섯 냥을 보내줄 테니, 이것을 보태서 시험답안을 쓸 종이와 과거 볼 때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려무나.

科事漸迫, 所做能得幾許首, 而亦能速作無礙否? 當題於意無難然後入場, 雖減半, 亦能呈券耳. … 五兩送給, 益之以爲試紙及科時所用, 可也.(과사점박, 소주능득기허수, 이역능속작무애부? 당제어의무난연후입장, 수감반, 역능정권이. … 오량송급, 익지이위시지급과시소용, 가야.)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1737~1805)이 큰아들 과거 볼 날이 다가오자 염려가 돼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이다. 위 편지는 서울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연암선생서간첩’에 실려 있다.

과시(科詩·과거를 볼 때 짓는 시)는 몇 수나 지어봤으며, 글을 빨리 짓는 데는 애로가 없는지, 답안지는 어떻게 해야 하며, 시지(試紙)는 어떻게 마련할 건지 등에 대해 챙겨주는 걸 보면 부정(父情)이 깊다.

과거장에서 답안지로 쓰던 종이인 시지는 응시자가 직접 마련했다. 응시자는 과거 보기 하루 전에 자신이 마련한 시지를 예조(禮曹)에 바치고, 예조에서는 어보(御寶)를 찍어 과거 날에 돌려주었다.

박지원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 장남 종의(宗儀)는 연암의 형 희원(喜源)에게 입계(入繼) 했고, 둘째 종채(宗采)는 아버지에 대한 기록인 ‘과정록(過庭錄)’을 남겼다. 위 편지는 안의현감을 마치고 1796년 4월 18일 연암협으로 가는 도중에 썼는지, 이후 경종과 그 비(妃)인 선의왕후의 능을 관리하는 의릉령(懿陵令)으로 근무할 때 썼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필자의 큰아들도 어제 1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국가자격시험을 치르고 있다. 며칠 전부터 염려만 하면서 간단한 편지를 써놓았다. 예민한 아이라서 혹시나 신경 쓰일까 봐 부치지는 않고 시험 끝나면 직접 전해줄 계획이다. 박지원 같은 대문장가나 산골 훈장인 필자도 아버지라는 입장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3. 3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4. 4[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5. 5이란, 美에 호르무즈 개방 ‘7일 계획’ 전달…“선택은 美에 달려”
  6. 6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7. 7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8. 8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9. 9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10. 10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1. 1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2. 2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3. 3[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6. 6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7. 7[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10. 10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1. 1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2. 2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3. 3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4. 4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5. 5[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6. 6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7. 7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8. 8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9. 9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0. 10[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3. 3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4. 4[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5. 5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6. 6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7. 7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8. 8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9. 9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10. 10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5. 5[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