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當刑而王·당형이왕

경포는 육(六)의 사람으로 성은 영(英)이다. 진(秦)나라 시대에는 서민이었다. 어릴 때 어느 사람이 그의 관상을 보며 “마땅히 형벌을 받은 뒤라야 왕이 될 것이다”고 하였다. 장년이 되어 법에 저촉돼 묵형을 받고서 기뻐하여 웃으면서 말했다.

黥布者, 六人也. 姓英氏. 秦時爲布衣. 少年, 有客相之曰: “當刑而王.” 及壯, 坐法黥. 布欣然笑曰: …”(경포자, 육인야. 성영씨. 진시위포의. 소년, 유객상지왈: “당형이왕.” 급장, 좌법경. 포흔연소왈: …)

위 문장은 사마천의 ‘사기’ ‘黥布列傳(경포열전)’에 나오는 경포(미상~BC195?)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포는 육안(六安) 육현(六縣·지금의 안휘성 육안 부근)의 평민출신이다. 성은 영(英)이고 이름은 포(布)인데 경형(黥刑·얼굴에 죄목을 문신으로 새기는 형)을 받아서 경포라고 불렀다. 경포는 형벌로 노역에 끌려갔는데 그곳에서 죄수들을 이끌고 달아나 양자강에서 도둑 떼를 이뤘다. 그는 진(秦)나라 말기 무리를 이끌고 항량(項梁)에게 의탁했다. 항량이 죽자 항우에게 속했다. 항우는 그를 구강왕(九江王)에 봉했다.

기원전 206년 음력 12월 함곡관에 도달한 항우의 군대가 저지되자 경포는 별동대를 이끌고 우회 기습해 함곡관을 함락하고 진나라의 수도 함양으로 들어갔다. 일찍이 그는 항우의 명령에 따라 초나라 왕 의제를 죽였다. 그만큼 항우를 위해 목숨을 걸고 충성했다.

초한 전쟁 중에 한나라가 설득하자 유방의 휘하로 들어갔다. 경포는 한나라 회남왕(淮南王)에 봉해졌고, 유방을 따라 해하전투에서 항우를 격파했다. 하지만 한나라가 세워진 뒤 한신과 팽월 등 개국 공신들이 피살되자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이었으나 그의 아버지와 형이 모두 초의 평왕(平王)에게 죽임을 당하자 오나라로 달아나 초나라를 쳐서 평왕의 무덤을 파헤친 오자서(伍子胥)의 이야기를 읽다 문득 경포의 삶이 생각났다. 요즘 말로 한다면 경포는 출세를 위한 배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마천이 경포에게 별도의 전기를 마련한 데 대한 궁금증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