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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4> 가버리는 봄 원망하며 시 읊은 고려 말 조운흘

인간 세상 오래 머물면 시비를 배운다네(久在人間學是非·구재인간학시비)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4-19 19:03:2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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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있는 사람이 상심하여 눈물을 뿌리고(謫臣傷心涕淚揮·적신상심체루휘)/ 봄을 보내면서 사람도 따라 보내네.(送春兼復送人歸·송춘겸복송인귀)/ 봄바람아 미련일랑 두지 말고 잘 가거라(春風好去無留意·춘풍호거무류의)/ 인간 세상 오래 머물면 시비를 배운다네.(久在人間學是非·구재인간학시비)

위 작품은 고려 말 문인 조운흘(趙云仡·1332~1404)의 시 ‘送春日別人’(송춘일별인·봄을 보내는 날 사람과 이별하며)으로 ‘동문선’ 권22에 수록돼 있다.

봄이 가는데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마저 떠난다면 그보다 슬픈 일이 있겠는가. 여기서 ‘送人’은 시인과 뜻을 함께하는 벗일 수도 있고, 쇠망하는 고려일 수도 있다. ‘동문선’에 실린 그의 칠언절구 5수를 보면, 망하는 고려와 새 왕조 조선 사이에서 고민한 지식인의 모습이 반영돼 있다. 며칠 뒤면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새 왕조가 들어서는 게 아닌 데도 시끄러운 일이 많은데, 망해가는 고려와 새로 들어서는 조선 사이에 끼어있던 지식인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조운흘의 말대로 ‘送春’, 즉 지금 봄이 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찻잎을 따면서 둘러보면 봄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는 더워져 초여름 같다. 봄이 가는 것에 대해 조선 중기 위항시인 박계강(朴繼姜)은 ‘국조시산’ 권1에 실린 시 ‘贈人’(증인·어떤 사람에게)에서 이렇게 읊었다. “꽃이 지니 봄 저문 것 알겠고(花落知春暮·화락지춘모)/ 술동이 비니 술 없는 줄 알겠네.(樽空覺酒無·준공각주무)/ 세월이 백발을 재촉하니(光陰催白髮·광음최백발)/ 옷 잡히고 술 사는 것 아까워 마라.(莫惜典衣沽·막석전의고)”

봄이 짧아 슬프다고 한다. 사실은 인생이 짧아 슬픈 것이다. 무얼 아끼고 무엇에 미련을 갖겠는가. 옷을 저당 잡혀서라도 술 한 잔 마셔야만 가는 봄을 견디지 않겠는가. 소동파는 ‘봄밤에(春夜·춘야)’에서 “봄밤의 한 시각은 천금의 값이고(春宵一刻値千金·춘소일각치천금)/ 꽃에 담긴 맑은 향에 달조차 향긋하다(花有淸香月有香·화유청향월유향)”며, 봄의 가치를 논했다. 필자가 정작 산에서 봄을 따고 있으면서 봄이 가버린 것 같다고 느끼는 건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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