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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5> 광양에 유배 중인 제산 김성탁을 방문한 황도익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맞아주어 평소에 친한 친구 같았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4-24 19:50:0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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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迎接款晤, 若平生懽·영접관오, 약평생환

김학사(金學士)를 방문하였는데,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맞아주어 평소에 친한 친구 같았다. 옛사람이 이른바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랜 친구 같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의 용모는 단정하고, 장엄하며, 언어는 공손하고 근실하며, 시선은 어지럽지 않으며, 행동에 절도가 있었으니, 이전에 들은 바와 흡사하였다.

訪金學士, 迎接款晤, 若平生懽. 古人所謂傾蓋若舊者, 非耶? 其容儀之端莊, 言語之恭謹, 視瞻之無回, 動止之有節, 恰如平昔所聞.(방김학사, 영접관오, 약평생환. 고인소위경개약구자, 비야? 기용의지단장, 언어지공근, 시첨지무회, 동지지유절, 흡여평석소문.)

위 문장은 이계(夷溪) 황도익(黃道翼·1678~1753)이 전남 광양 섬진마을에서 귀양을 살던 제산(霽山) 김성탁(金聖鐸·1684~1747)을 방문하여 쓴 글의 일부로, 그의 문집인 ‘이계처사문집(夷溪處士文集)’에 있다.

황도익은 일행과 함께 지리산을 유람하고자 길을 나서 김성탁이 유배 살던 집 인근에서 유숙하며 그와 교유하였다. 김성탁이 유배 살던 곳은 요즘 매화축제로 유명한 그 마을이다. 김성탁은 1737년 스승인 갈암 이현일(李玄逸)이 억울하게 유배된 데 대한 신원소(伸冤疏)를 올렸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제주도에 유배됐다. 그 뒤 광양 섬진마을로 이배됐다. 김성탁은 유배에서 풀려나지 못한 채 마을 위 산속 작은 암자 용선암에서 세상을 버렸다. 황도익이 그를 방문한 것은 1744년(영조 20) 9월 2~5일로 김성탁이 죽기 3년 전이다.

필자는 지리산 화개로 들어와 김성탁이 유배 살던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살던 집은 분간할 수 없었으나 그가 세상을 버린 용선암은 찾았다. 오래전 절은 사라지고 모 교수님이 그 터에 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그 뒤로 한 번 더 방문했다. 그 교수님에게서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다. 집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진주로 옮겼다고 했다.

필자는 오래전 김성탁에 관한 논문을 쓰려고 경북 안동 의성 김씨 세거지에 있는 그의 고택을 찾아 후손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필자는 죽기를 각오하고 스승의 무고함을 주장하다 유배를 간 그의 고결한 정신을 높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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