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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8> 밤 깊도록 우는 소쩍새 읊은 송나라 시인 왕령

소쩍새 밤 깊도록 피맺혀 우는데(子規夜半猶啼血·자규야반유제혈)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5-03 19:07:2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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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남은 꽃 졌는데 다시 피고(三月殘花落更開·삼월잔화락갱개)/ 작은 처마엔 날마다 제비 날아오네(小簷日日燕飛來·소첨일일연비래)/ 소쩍새 밤 깊도록 피맺혀 우는데(子規夜半猶啼血·자규야반유제혈)/ 봄바람 잡을 수 없음을 못 믿어서이리(不信東風喚不回·불신동풍환불회)

중국 송나라 왕령(王令·1032~1059)의 시 ‘送春’(송춘·봄을 보내며)로, 그의 문집 ‘광릉집(廣陵集)’에 있다. 왕령은 하북성 대명현이 고향이지만 광릉, 즉 남경에 와서 살았다. 가난해 스승을 두지 못했지만 글이 웅장하고 노숙했다. 글을 가르치며 살았다고 한다. 왕안석(王安石)이 재주와 인품을 기이하게 여겨 아내의 여동생을 시집보냈다. 불행하게도 왕령은 28세에 요절했다.

시인은 위 시에서 가는 봄을 못내 아쉬워한다. 시선과 흥취가 아주 애상적이다. 시인은 만상(萬象)에서 감정과 삶의 이치를 느끼고 표현한다. 이제 꽃들은 대체로 피었다 졌고 봄을 장식하는 꽃들이 피고 있다. 제비가 낮은 처마 밑에 둥지를 짓느라 오간다. 소쩍새는 밤이 깊어도 그치지 않고 저리도 피맺히게 운다. 시인은 안다. 소쩍새가 아무리 울어도 봄이 간다는 것을. 시인은 봄바람이 한 번 가고 나면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현실을 소쩍새가 못 믿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소쩍새가 아무리 애절하게 울며 봄을 붙잡으려 해도 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의 제목이 ‘送春’이다.

지난달 29일 ‘목압서사 2022년 4월 초청특강’을 하는데 밤늦도록 서사 뒤 산에서 소쩍새가 울어댔다. 필자도 소쩍새 소리를 그렇게 가까이서 들은 건 처음이다. 함께 공부하던 사람이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것 같습니다. 어찌 저리 크게 들립니까?”라고 말할 정도였다. 전설·설화에서 나름의 이유로 접동새·자규·귀촉조 등으로도 불린다.

특강이 끝나고도 소쩍새 이야기가 이어져 결국, 소쩍새 전설까지 파고들었다. 오랜 옛날 며느리를 몹시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며느리에게 밥을 주는 게 아까워 아주 작은 솥에다 밥을 하게 하였다. 며느리는 먹을 밥이 없어 굶어죽고 말았다. 불쌍한 며느리의 영혼은 새가 돼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소쩍 소쩍”이라 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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