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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71> 김해부사 시절 문도들에게 학문 전파한 성재 허전

사방에서 배우러 오는 자들을 거처하게 했다(處四方來學者·처사방래학자)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5-15 19:19:0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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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김해 부사에 제수되어, 3월에 부임하였다. 김해부가 비록 바닷가 외진 곳에 있지만 가락국의 옛 도읍으로 여전히 순박하고 고풍스러운 풍습이 남아 있었다. 선생은 노인들을 위문하고 고아나 과부 같이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정사를 행한 지 겨우 석 달 만에 교화가 온 경내에 퍼졌다. 여러 유생을 이끌고 향음주례를 행하였으며, 향약오강을 정비하였다. 그리고 ‘거관십잠’을 지어 관아에 걸어두었고, 공여당을 열어 사방에서 배우러 오는 자들을 거처하게 하였다.

未久, 除金海府使, 三月之任. 府雖濱海僻遠, 駕洛古都, 猶有淳古之風. 存問耆老, 惠鮮孤寡, 政纔三月, 化已一境. 率諸生, 行鄕飮禮, 修鄕約五綱. 作居官十箴, 開公餘堂, 處四方來學者.(미구, 제김해부사, 삼월지임. 부수빈해벽원, 가락고도, 유유순고지풍. 존문기로, 혜선고과, 정재삼월, 화이일경. 솔제생, 행향음례, 수향약오강. 작거관심잠, 개공여당, 처사방래학자.)

위 문장은 단계(端磎) 김인섭(金麟燮·1827~1903)이 쓴 성재(性齋) 허전(許傳·1797~1886)의 행장(行狀)이다. 허전의 문집인 ‘性齋集’(성재집) 부록에 수록돼 있다. 행장이란 사람이 죽은 뒤 그의 행적을 적은 글을 말한다.

경기도 포천에서 출생한 허전은 1835년(헌종 1) 39세로 별시문과에 급제한 뒤 1864년(고종 1) 김해부사로 부임했다. 위 문장은 김해부사로 향음주례를 행하고 향약을 강론하는 한편, 선비를 모아 학문을 가르친 내용이다. 허전이 김해부사로 부임해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명륜당에서 강학을 열었다. 이듬해 봄, 개인 공간인 공여당을 개방해 영남 학자들을 맞아들였는데, 그에게 와 배우기를 청한 자가 100여 명에 달했다 한다. 그의 문도들은 망국의 비운을 당해 일제에 항거하거나, 20세기 초 새로운 한국민족문화 건설에 족적을 남겼다. 그 뒤 허전은 이익·안정복·황덕길을 이은 기호의 남인학자로 당대 유림의 종장이 되어, 영남 퇴계학파를 계승한 유치명과 쌍벽을 이뤘다.

목압서사에 19세기 경상우도 학자들에 관심을 가진 학자 한 분이 방문하셨다. 그러다 보니 성재 허전에 대한 이야기를 오랜 시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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