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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83> 장모인 여성 시인 유한당 홍씨 시집 서문을 쓴 이대우

유독 문자 관련한 일은 일언반구 말씀하지 않으셨다(獨不及文子事·독불급문자사)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6-28 19:00:4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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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엿봐도 남들과 다른 점을 깨닫지 못하였고, 오로지 쌀과 소금을 다루고 길쌈을 열심히 하실 뿐이었다. 나를 몹시 사랑하여 무슨 일이든 자분자분 말씀을 잘 해주셨지만, 유독 문자와 관련한 일은 일언반구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每瞯之, 不覺有異於人, 唯營米鹽, 治絲麻謹而已. 愛余甚, 語纚纚, 無不盡, 獨不及文子事.(매간지, 불각유이어인, 유영미염, 치사마근이이. 애여심, 어리리, 무부진, 독불급문자사.)

19세기 중반 문사 이대우(李大愚·?~?)의 ‘유한집서- 공인홍씨시집서(幽閒集序- 恭人洪氏詩集序)’ 중 일부로, ‘유한집(幽閒集)’에 수록돼 있다. ‘유한집’은 조선 정조 때 여류 시인 유한당(幽閒堂) 홍원주(洪原周·1791~1852)의 시집이다. 위 글은 사위인 이대우가 1854년 장모인 홍원주의 시집에 쓴 서문이다. 홍원주는 관찰사를 지낸 아버지 홍인모와 여류시인인 어머니 영수합(令壽閤) 서씨(徐氏·1753~1823)의 3남 2녀 가운데 맏딸이다. 영수합은 홍석주·홍길주·홍현주 삼형제와 두 딸을 두었는데, 삼형제는 모두 당대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다. 영수합의 시는 남편 홍인모의 문집 ‘족수당집(足睡堂集)’ 제6권에 ‘영수합고(令壽閤稿)’라 하여 부록으로 전한다.

홍원주는 조선 시대에 드물게 친정어머니의 뒤를 이은 여성 문인이다. 홍원주는 사위 이대우에게도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위는 장모가 경전과 역사에 능통하고, 글도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장모는 일절 내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선 사회는 여성이 글을 짓는 걸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

장모가 타계하자 이대우는 여성의 문학 활동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처남과 함께 장모의 원고를 정리해 경위를 설명하며 글로 남겼다. 현재도 장모의 시집 서문을 사위가 쓴 예는 찾기 어렵다. 이대우의 이 서문은 홍원주의 시집에 그대로 실려 있다. 부산에서 여성 시인 몇 분이 화개장터에 온 길에 목압서사를 찾았다. 필자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히는 가운데 한 분이 “남성들은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시인이 된 경우가 더러 있는데, 여성은 드물다”고 하셨다. 필자가 영수합과 유한당 모녀 시인이 얼핏 떠올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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