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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86> 형가에 이어 진시황 살해에 실패한 악사 고점리

축을 들어 진시황을 내리쳤으나 맞지 않았다(擧築樸秦皇帝, 不中·거축박진시황, 부중)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7-10 18:54:4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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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이) 갈수록 그를 가까이하자, 고점리는 납덩어리를 축 속에 감추어두고, 다시 (진시황) 가까이 갔을 때 축을 들어 진시황을 쳤으나 맞추지 못했다. (진시황은) 마침내 고점리를 죽이고, 평생 동안 제후국의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稍益近之, 高漸離乃以鉛置築中, 複進得近, 擧築樸秦皇帝, 不中 於是遂誅高漸離, 終身不複近諸侯之人.(초익근지, 고점리내이연치축중, 복진득근, 거축박진시황, 부중. 어시수주고점리, 종신불복근제후지인.)

위 문장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권86 ‘자객열전’ 고점리(高漸離·?~?)에 관한 내용 일부다. 그는 연(燕)나라 출신 악사로 축(비파와 비슷한 현악기)의 명수였다. 형가(荊軻·?~BC 227)의 친구로, 그와 함께 진시황을 살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 형가는 연나라 태자 단(丹)의 부탁으로 진에 들어가 진시황을 알현하고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다. 형가가 죽자 고점리는 이름을 바꾸고 송자(宋子) 고을에서 일했다. 축을 워낙 잘 타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모두 칭찬하며 눈물 흘렸다. 송자 고을에서는 그를 돌아가며 손님으로 모셨다. 진시황은 소문을 듣고 고점리를 불렀다.

진시황은 암살자의 친구라는 고점리의 죄를 용서해주는 대신 그의 눈을 멀게 해 축을 타게 했다. 진시황은 축을 잘 타는 그를 가까이했다. 고점리는 납덩어리를 축 속에 감추어두고, 다시 진시황 가까이 갔을 때 축을 들어 진시황을 내리쳤으나 실패했다. 2010년 중국 드라마 ‘신화’와 1997년 중국 영화 ‘제국’에 암살 미수 장면이 나온다.

고우영의 만화 ‘십팔사략’에도 나온다. 고점리가 진시황 목소리를 듣고 그가 앉아 있으리라 생각한 곳으로 축을 던졌지만, 그 소리는 옆에 있던 구리징에 반사된 것이어서 진시황을 맞추지 못했다. 고우영은 그 장면을 두 페이지에 걸쳐 묘사했다.

대학 다닐 때 문학회 친구들과, 코로나 탓에 몇 년 만인 어제와 그제 대구에서 1박 2일 모임을 가졌다. 당시 지도교수님인 이기철 시인도 모셨다. 고전에 조예가 깊은 문학회 후배인 박재범 청구고교 국어교사와 진시황과 형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필자가 고점리 내용을 보태 조금 아는 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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