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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97> 달밤에 홀로 차를 달여 마시며 시를 읊은 심상규

손에 든 한 잔 차는 죽어도 내려놓지 않는다네(到手旗槍死不降·도수기창사불강)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8-21 18:52:2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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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채울 문자는 사는 데 소용없고(撑腸文字生無用·탱장문자생무용)/ 손에 든 한 잔 차는 죽어도 내려놓지 않는다네.(到手旗槍死不降·도수기창사불강)/ 가득가득 채워 일곱 잔 마시니 한밤중인데(七椀盈盈當半夜·칠완영영당반야)/ 높은 밝은 달빛에 가을 강물 일렁이구나.(高攀明月湧秋江·고반명월용추강)

위 시는 심상규(沈象奎·1766~1838)의 시 ‘夜坐煎茶’(야좌전다·밤에 앉아 차를 달이네)로, 그의 문집인 ‘두실존고(斗室存稿)’ 권2에 수록돼 있다. 달밤에 홀로 앉아 차를 달여 마시며 읊은 시이다.

‘撑腸文字’는 소동파의 시 ‘시원전다시(試院煎茶詩)’의 “창자와 배를 채울 만한 책(문자) 오천 권은 필요 없고(不用撑腸拄腹文字五千卷·불용탱장주복문자오천권), 다만 충분히 자고 나서 해가 높이 올랐을 때 차를 한잔 끓여 마시는 것만을 바란다네(但願一甌常及睡足日高時·단원일구상급수족일고시)”에서 온 말이다. ‘旗槍’은 찻잎의 가운데 대와 이파리인데, 여기서는 한 잔 차를 뜻한다.

며칠 전 저녁 지리산 형제봉에서 전국에서 온 차인 16명이 ‘달빛차회’를 가졌다. 악양에 사는 박남준 시인이 여는 시 “다관에 담기는 것/ 하늘이구나/ 한 점 티끌이다/ 거대한 중심이다/ 우주의 고요한 점/ 내 마음의 점 한 점/ 찻잔에 띄우네”를 낭송했다. 2부 행사 마지막 즈음 필자는 ‘형제봉 달빛 차회(兄弟峯月下茶會·형제봉월하차회)’ 시제로 한시 “지리산 형제봉 달빛 그윽한데(智異兄弟峯月幽·지리형제봉월유)/ 전국의 차인들 모두 모였네.(茶人全國總團猶·차인전국총단유)/ 달과 차, 누가 이 멋진 사람들 희롱하는지(月茶誰弄此佳客·월차수롱차가객)/ 장엄한 산줄기에 정신 더욱 아득하네.(莊嚴山脈魂尤悠·장엄산맥혼욱유)”를 읊었다.

중국 도교 도사들이 산동성 산봉우리에서 많이 놀았다. 목압서사 뒷산(?)인 삼신봉에 서면 지리산 노고단~벽소령~천왕봉 주능선이 다 보인다. 이렇게 지리산 봉우리에서 놀다 보면 필자도 도사(?)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헛헛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수염 기르고 허연 베옷 입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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