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99> 수리산에 은거하며 처사로 생을 마감한 조선 중기 시인 이응희

무엇하러 높은 벼슬 원하겠는가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8-28 19:50:1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何必願金緋·하필원금비

초가집은 시내 물가에 있고(草屋臨溪水·초옥임계수)/ 사립문은 푸른 산과 마주했네.(柴門對翠微·시문대취미)/ 손님 오니 놀란 학 소리 들리고(客來聞鶴警·객래문학경)/ 장사꾼 오니 닭 나는 것 볼 수 있네.(商到看鷄飛·상도간계비)/ 국화 키우며 긴 여름 보내고(養菊消長夏·양국소장하)/ 호미로 채소밭 매며 저물녘 기다리네.(鋤葵待夕暉·서규대석휘)/ 자연에는 즐거운 일 많은데(林泉多樂事·임천다락사)/ 무엇하러 높은 벼슬 원하겠는가.(何必願金緋·하필원금비)

위 시는 조선 중기 시인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1579~1651)의 ‘閑情’(한정·한가한 마음)으로 그의 문집 ‘옥담시집’(玉潭詩集)에 있다. 그는 광해군 때 이이첨이 인목대비를 폐위하고자 꾀할 때 이를 만류하는 ‘백의항소(白衣抗訴)’를 올렸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경기도 과천 수리산 아래 은거했다. 그의 학식과 덕망이 높음을 알고 조정에서 거듭 중용하려 했으나 사양했다.

그가 과거를 하지 않은 건 선조인 안양군(安陽君·미상~1505) 이항의 유언에 따른 것이라 한다. 안양군은 조선 성종의 서자로 셋째 아들이다. 1504년(연산군 10) 연산군이 생모 윤씨가 폐위되고 죽은 이유가 성종의 후궁 엄씨와 안양군의 모친 정씨(鄭氏)의 참소에 있다고 여겼다. 안양군은 그해 충북 제천에 유배됐다가 1505년 절도(絶島)에 이배된 뒤 동생 봉안군 이봉과 함께 사사됐다. 송나라 시인 임포(林逋)는 매화를 아내 삼고 학을 자식 삼았다 해 ‘매처학자(梅妻鶴子)’로 불린 은자의 상징이다. 이응희는 매처학자는 아니었겠지만 자연에 은거하는 처사로 생을 마쳤다. 유유자적하는 계절은 지금쯤인 것 같다.

필자는 어제 고향인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노이리 갈실마을(蘆谷·노곡)의 문중 산소에 가 일가친지와 벌초를 했다. 생육신 조려(趙旅)의 5대손으로 보성·괴산 군수 등을 지내고 ‘동계문집’ 등을 남긴 동계(東溪) 조형도(趙亨道·1567~1637)의 5대손이자 함안 조씨 20세손인 조미(趙嵋) 할아버지가 입향해 은거하기 시작했다. 함안 조씨 동계공파(東溪公派) 집성촌을 이뤄 한때 200가구가 넘었다. 크게 현달한 인물은 없지만, 근동에서는 문사·학자가 많은 문중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시총 50위 ‘대장 아파트’ 부산 3곳…집값 낙폭 더 컸다
  2. 2대학강의 사고 팔기 성행…‘대기 순번제’로 근절될까
  3. 3밤 되자 드러난 ‘황금 도시’…비로소 위대한 건축이 보였다
  4. 4커지는 반려동물 시장…지역대도 학과 덩치 키우기 경쟁
  5. 5신생아 낙상사고 구청에도 이틀 늑장보고
  6. 6도시재생 북항 닮은꼴…첨단 경전철 등 깔려 국제도시 도약
  7. 7“레알 마드리드, 김민재 영입 원한다”
  8. 8장기 투석 고통 끝낼 신장이식…혈액형 달라도 문제없어요
  9. 9내부냐 외부냐…벡스코 차기 사장에 촉각
  10. 10부산대·경상국립대 수능 표준점수 반영…가산점 유불리 확인해야
  1. 1與 “민주가 짠 살림으론 나라경영 못해” 野 “민생 예산 축소, 시대 추이 안 맞아”
  2. 2북한 한 달만에 또…동·서해 130발 포격
  3. 3윤 대통령 지지율 40% 임박..."화물 파업 원칙 대응이 모멘텀"
  4. 4부산회생법원 내년 상반기 문 연다
  5. 5취임 100일 이재명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라" 경고
  6. 6사면초가 이상민...탄핵소추 위기에 공무원 노조 고발
  7. 7부산시의회서 제·개정 될 조례안 보니
  8. 8여야 예산안 ‘2+2 협의체’ 담판…이상민 거취 최대 뇌관
  9. 9尹心은 어디에...주호영 ‘수도권 대표론’에 PK주자들 발끈
  10. 10尹 화물연대 파업 연일 강공 발언에 野 "적대적 노동관 우려"
  1. 1시총 50위 ‘대장 아파트’ 부산 3곳…집값 낙폭 더 컸다
  2. 2도시재생 북항 닮은꼴…첨단 경전철 등 깔려 국제도시 도약
  3. 3내부냐 외부냐…벡스코 차기 사장에 촉각
  4. 4“기업, 임금상승분 가격 전가 심해져”
  5. 5잘나가던 해운도 추락…운임 24주째 하락, 코로나 전 회귀
  6. 6해양과기원 노조 “원장 낙하산 안 돼”
  7. 7주가지수- 2022년 12월 5일
  8. 8해양강국 전략 본부 설치를…시민단체, 해수부 장관에 건의
  9. 9박람회장 건설 중단 막고 폐막 후 국기게양대 매입, 명물 만든 ‘세일즈 귀재’
  10. 10부산에 ‘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Super BRT)’ 도입되나
  1. 1대학강의 사고 팔기 성행…‘대기 순번제’로 근절될까
  2. 2밤 되자 드러난 ‘황금 도시’…비로소 위대한 건축이 보였다
  3. 3커지는 반려동물 시장…지역대도 학과 덩치 키우기 경쟁
  4. 4신생아 낙상사고 구청에도 이틀 늑장보고
  5. 5부산대·경상국립대 수능 표준점수 반영…가산점 유불리 확인해야
  6. 6부울경 경제동맹 사무국, 인력·예산 시작부터 난항
  7. 7오늘의 날씨- 2022년 12월 6일
  8. 8[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3> 기 리 이 미 ; 헛똑똑이
  9. 9[부산 교육 현장에서] ‘메타스토리’ 시대 성큼…대면 대화부터 연습을
  10. 10“업무개시명령은 기본권 침해” 화물연대 인권위 진정서 제출
  1. 1“레알 마드리드, 김민재 영입 원한다”
  2. 2스물셋에 벌써 9골…지금은 음바페 시대
  3. 3케인 터졌다…월드컵판 ‘100년 전쟁’ 성사
  4. 4아시아에 혼난 스페인·포르투갈, 8강 문턱 넘을까
  5. 5사격 1년 만에 태극마크…개그우먼 김민경 세계 51위
  6. 63명 실축 日, 승부차기 끝 크로아티아에 패배…8강행 좌절
  7. 7일본 승부차기 접전 끝에 월드컵 탈락, 크로아티아 8강 진출
  8. 8‘16강 기적’ 거침없는 벤투호…브라질 꺾으면 한일전 가능성
  9. 9[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브라질, 걸어 잠근 팀에 고전…역습 노리면 승산 있다”
  10. 10크리스 서튼 16강서 "한국은 지고, 일본은 이긴다" 전망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