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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00>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한문소설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

시체를 쪼아 먹는 까마귀만 있고…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8-30 19:39:0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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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啄之有鳥·탁지유오

이런 와중에 강도(江都)의 참상은 더욱 심해 개울에 흐르는 것은 피요, 산에 쌓인 것은 백골이었다. 시체를 쪼아 먹는 까마귀만 있고 장사 지내줄 사람은 없었다.

而惟彼江都, 魚肉尤甚, 川流者血, 山積者骨. 啄之有烏, 葬之無人.(이유피강도, 어육우심, 천류자혈, 산적자골. 탁지유오, 장지무인.)

위 문장은 작자 미상의 고전 한문소설로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 앞 부분이다. ‘강도몽유록’은 필사본 1책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사들에 의해 강도(江都·강화도)에서 죽은 여인의 원령(怨靈)들이 주인공의 꿈에 나타나, 조정 대신과 관리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병자호란은 대청제국을 선포한 청 태종 홍타이지가 조선 정벌을 목표로 친정(親征)을 감행한 전쟁이다. 1637년 1월 9일(병자년 12월 14일) 청나라 군대가 개성을 지나 한양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정은 아침에 봉림대군·소현세자빈·원손 등 왕실 가족과 종묘사직의 신주를 봉안할 원임 대신 등을 먼저 강화도로 피난하게 했다. 인조와 조정 대신들은 오후에 강화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청 태종 군대가 이미 서울 근교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곤 남한산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편 청군 3000여 명이 물을 건너 강화도로 쳐들어갔다. 성안에 피신한 왕실 가족 등을 지켜줄 병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화약 더미 폭발로 김상헌의 형 김상용과 김장생의 손자 김익겸 등 여러 명이 순절하고 성안 곳곳에서 사대부들이 순절하였다. 여인들도 오랑캐에게 능욕당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현세자빈도 자결을 시도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인조의 장인 한준겸의 자녀도 목을 매었다. 강화도를 빠져나간 강도검찰사 김경징의 어머니·아내·며느리 등 3대 여인이 모두 한자리에서 자결했다. 도정 심현은 가묘의 위패를 땅에 묻고, 국난의 비운을 통탄하는 유소(遺疏)를 쓰고 부인 송씨와 함께 목을 맸다.

며칠 전 목압서사를 방문한 자칭 ‘지리산 인문 답사객’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 이야기를 하기에 필자는 ‘강도몽유록’ 이야기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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