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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02> 비가 쏟아지는 바닷가 풍경을 시로 읊은 이산해

소낙비가 배에 가득해 노 젓기 바빠지고(白雨滿船歸棹急·백우만선귀도급)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9-06 19:01:50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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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만조 밀려들어 모래사장은 잠겼는데(晩潮初長沒汀洲·만조초장몰정주)/ 섬들은 안개 속에 숨어 희미하네.(島嶼微茫霧未收·도서미망무미수)/ 소낙비가 배에 가득해 노 젓기 급하고(白雨滿船歸棹急·백우만선귀도급)/ 마을마다 문 닫은 콩 꽃이 핀 가을이네.(數村門掩豆花秋·수촌문엄두화추)

이산해(李山海·1538~1609)의 시 ‘卽事’(즉사·눈앞의 일)로 그의 문집인 ‘아계집(鵝溪集)’에 수록돼 있다. 본관이 한산(韓山·지금의 충청남도 서천)인 이산해는 조선 선조 대에 영의정을 지냈으며 북인(北人)의 영수였다.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토정 이지함(李之菡)이 그의 작은아버지이다. 이산해는 어려서부터 작은아버지에게 학문을 배워 24세 때인 1561년 식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을 했다.

명나라 ‘태조실록’과 ‘대명회전’에 이성계의 가계가 고려의 권신 이인임(李仁任)의 후손으로 잘못 기록된 내용을 시정하도록 요청한 것에 관한 공이 크다 하여 광국공신(光國功臣) 3등에 책록됐다. 이산해가 위 시를 지은 계절은 지금쯤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8, 9월에 태풍이 많이 밀려온다. 시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저녁이 되니 바닷가에 만조가 든다. 모래사장은 순식간에 물길에 잠겨버렸다. 비가 퍼부으니 섬들이 안개에 가려 아스라이 보인다. 비가 퍼부으니 고깃배들은 빨리 포구로 돌아오려고 노 젓기에 부산하다. 엔진이 없던 시대여서 어부들이 직접 노를 저어야 했다. 비가 쏟아지니 집집마다 사립문을 굳게 닫았다. 집 인근에 심은 콩밭에 꽃이 많이 피어 있다. 마지막 행에서 이렇게 가을은 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콩은 잎겨드랑이 사이에 보랏빛·흰빛·자줏빛으로 꽃을 피운다. 콩 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다행히 우리나라에 생각보다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빠져나갔다. 애초 아주 강력한 태풍으로 알려졌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피해가 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지리산에도 큰비가 내리는 등 태풍의 영향을 직접 받을 것이란 예보가 있어 주의를 당부하는 문자와 전화가 많이 왔다. 비바람 소리에 밤에 수시로 바깥에 나가보고 뉴스를 보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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