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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0>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보낸 시

만족함 알았으면 그만 멈추시게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12-20 19:47:4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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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그대의) 신묘한 계책 천문을 통달하였고(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오묘한 전술 땅의 이치를 꿰뚫었네.(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전쟁에 이긴 공 이미 높으니(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만족함 알았으면 그만 멈추시게.(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위 시는 고구려 살수(지금의 청천강) 대첩의 영웅 을지문덕 장군의 ‘與隋將于仲文詩 ’(여수장우중문시·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612년(영양왕 23년) 수나라 우중문·우문술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쳐들어왔다. 고구려는 요동 지역에서 이를 잘 막아냈다. 우중문은 30만 별동대를 구성해 평양을 직접 공격했다. 을지문덕은 평양까지 수나라 군대를 유인했다. 수나라 군대는 평양 근처까지 도착했으나 군량 보급이 떨어져 곤경에 처했다. 이때 을지문덕이 우중문에게 위 시를 보냈다. 겉으로 우중문을 칭찬하는 말이지만, 시 속에 담긴 뜻은 그를 조롱하는 것이었다. 너희가 고구려 깊숙이 공격해 왔지만, 실상은 너희가 포위되었다는 것을 슬쩍 알려 준 시였다.

수나라는 그때서야 고구려의 전략을 알게 됐다. 군량도 떨어진 상태에서 더 공격해보았자 이길 수 없음을 깨달은 그들은 퇴각을 결정했다. 쫓기던 그들은 살수에 이르렀다. 적군이 강을 반쯤 건널 무렵 을지문덕은 총공격했다. 수나라 군대는 우왕좌왕하며 서로 뒤엉켜 강물에서 허우적거리고, 고구려군의 화살에 맞아 죽고, 칼과 창에 찔려 죽었다. 30만5000명인 수나라 군대는 살수에서 무참히 패배하여 요동까지 살아 돌아간 자가 2700명에 불과했다.

당시 전쟁 시점은 음력 6~7월이었지만, 수나라 군대는 한겨울인 1월에 출병했다. 지휘관들은 혹한이 몰아치는 겨울에 전쟁 일으키는 것을 꺼렸다. 훗날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그 후 독일 국방군도 겨울을 못 버티고 대패했다. 수나라는 천시(天時)를 잘못 고른 셈이다.

요즘 혹한이 이어지다 보니, 대화에서 위 시가 언급됐다. 중·고교에서 배운 시라 많은 사람이 안다. 만주 지방은 겨울에 추운데, 고구려 때는 한파가 혹독했을 것이다. 필자도 한겨울 북만주 하얼빈에서 남만주까지 취재한 적이 있어 그곳이 얼마나 추운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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