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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1> 이상정이 아들에게 글을 제대로 읽어야 함을 강조한 편지

모름지기 시간을 아껴 무릎을 딱 붙이고 글을 읽어라(須惜取光陰, 著膝讀書·수석취광음, 착슬독서)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12-25 19:08:3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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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시간을 아껴 무릎을 딱 붙이고 글을 읽어라. 의문이 있거든 바로 선배에게 질문해 완전히 이해하고 입에 붙도록 해서 가슴 속에 흐르도록 해야 힘 얻을 곳이 있게 된다. 건성건성 지나치면서 책 읽었으니 하는 이름만 얻으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須惜取光陰, 著膝讀書. 有疑則問諸先進, 使通透爛熱, 流轉胷中, 方有得力處. 切不可草草揭過, 浪得讀書之名也.(수석취광음, 착슬독서. 유의즉문제선진, 사통투란열, 유전흉중, 방유득력처. 절불가초초게과, 낭득독서지명야.)

위 문장은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1711~1781)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로, 그의 문집인 ‘대산선생문집’에 수록돼 있다. 책을 읽을 때 모르는 게 있으면 여러 사람에게 바로 물어 완전히 이해하여야 하며, 대충 읽고서 책을 읽었다고 해서는 절대 안 됨을 강조한다.

자식에게 주는 아버지의 이러한 훈시는 지금도 유효하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직접 글을 써 주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조금은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워낙 바삐 돌아가므로, 원칙만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거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필자는 그렇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상정의 어머니는 갈암 이현일(李玄逸·1627~1704)의 손녀이며, 이재(李栽)의 딸이다. 이현일은 영남학파의 거두로 이황의 학풍을 계승한 대표적인 산림으로 꼽힌다. 이현일의 어머니인 장씨 부인은 최초의 한글 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張桂香·1598~1680)이다.

이상정은 1735년(영조 11) 대과에 급제해 가주서가 됐으나 곧 사직하고 귀향해 학문에 몰두했다. 1739년 연원찰방(連原察訪)에 임명됐지만, 이듬해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대산서당(大山書堂)을 짓고 학문과 제자 교육에만 힘썼다. 1753년에는 연일현감에 임명돼 사직하려했으나 허락되지 않자, 그대로 벼슬을 버리고 돌아와 학문에만 힘을 쏟아 강론하고, 교육하는 데 전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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