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4> 팔만대장경 말씀은 하나의 마음, ‘마음공부’라는 혜장선사

대장경 일천 상자는 하나의 마음인데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1-03 19:47:09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大藏千函說一心·대장천함설일심

대장경 일천 상자는 하나의 마음인데(大藏千函說一心·대장천함설일심)/ 목어 소리 속에 뜰 그늘 옮겨가네.(木魚聲裏轉庭陰·목어성리전정음)/ 하늘 꽃 어지러이 지던 건 어느 해 일이던가(天花亂落何年事·천화난락하년사)/ 처마로 보이는 건 쌍쌍이 나는 새뿐이네.(惟見飛檐兩兩禽·유견비첨양양금)

전남 해남 대둔사(대흥사) 승려 아암 혜장(兒庵 惠藏·1772~1811)의 시 ‘山居雜興’(산거잡흥·산속의 잡스런 흥취)로, 그의 문집인 ‘아암집(兒庵集)’에 수록됐다.

일천 상자의 팔만대장경에 들어있는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음공부’다. 절집에서는 저녁 예불시간에 목어를 두드린다. 법고(法鼓)를 따닥, 둥둥 울린 뒤 목어를 달그락달그락 두드린다. 법고와 목어 두드리는 동작은 한참 이어진다. 그 사이 뜰의 그늘이 옆으로 옮아간다. 경건한 그 소리에 하늘에서 꽃잎이 사방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처마 끝을 따라 하늘 쪽을 보니 새들이 짝지어 날아다닌다. 시각·청각 이미지가 강한 시다. 팔만대장경에 있는 말씀이 모두 내게로 오는 것 같다. 해가 바뀌니 마음공부에 더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잡는다.

강진 다산초당에 가는 사람들은 1㎞ 오솔길로 연결된 만덕산 백련사에 대부분 들른다. 다산이 강진에서 유배 살 때 백련사에서 수행하며 다산과 교유했던 승려가 혜장이다. 시주(詩酒)를 즐긴 그가 40세에 술로 인해 입적하자 다산이 그의 비문을 썼다. 다산이 1801년 강진으로 유배 온 지 4년 뒤인 1805년 여름 무렵 백련사에 들렀다가 혜장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혜장은 다산보다 10년 아래였다. 두 사람은 시를 주고받았다. 다산은 백련사 주변에 야생차가 많이 자라는 것을 보고 혜장 등 백련사 승려들에게 차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초의선사는 1809년 다산초당을 찾아 다산의 제자가 됐다. 다산이 48세, 초의가 24세였다. 다산의 제다법이 제자 초의에게 이어졌다.

좀 있으면 백련사 올라가는 입구 동백꽃 군락이 빨갛게 꽃을 피운다. 필자는 해마다 그 앙증맞은 동백꽃을 보기 위해 백련사로 간다. 다산과 혜장의 아름다운 교유관계를 글로 써 책을 묶기 위해 그 오솔길을 수 없이 오갔다. 게으른 탓에 그 원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국힘 "北 지뢰 안치우면 우리 군이 치우겠다니, 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