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7> 술꾼 아비, 김휴가 아들에게 주는 경계의 글

모름지기 단정한 사람을 법도로 삼아야 한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1-15 20:16:3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須以端人爲法·수이단인위법

나는 어두운 시절을 만나 세상은 혼탁하고 어지러웠다. 아예 숨을 생각으로 마침내 과거공부도 접고 감히 술 마시는 일만 했다. 마침내 술꾼이라는 이름을 얻자, 스스로 몸을 보신하는 좋은 계책이라 여겼다. … 마음을 두고 몸을 행하는 것은 모름지기 단정한 사람을 법도로 삼아야 한다. … 독서는 성현의 경전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 진부하고 변변치 못한 과거시험장 문체의 행태를 일삼아서는 안 된다.

余遭昏朝, 時政濁亂, 欲爲沈冥之托, 遂廢擧業, 敢事杯酌. 竟得崇飮之名, 自以爲保身之良策. … 處心行己, 須以端人爲法. 讀書以聖賢經傳爲根基, … 而勿事科文腐軟之態.(여조혼조, 시정탁란, 욕위침명지탁, 수폐거업, 감사배작. 경득숭음지명, 자이위보신지양책. 처심행기, 수이단인위법. 독서이성현경전위근기, … 이물사과문부연지태.)

위 문장은 경와(敬窩) 김휴(金烋·1597~1638)의 ‘戒子說’(계자설·아들에게 주는 경계의 글)로, 그의 문집인 ‘경와집(敬窩集)’에 수록돼 있다. 김휴가 외아들 학기(學基)에게 공부와 세상 살아가는 경계의 글을 준 것이다. 본관이 의성인 그는 여헌 장현광(張顯光·1554~1637)의 문인으로, 15세 때 향리의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다. 1627년(인조 5) 사마시에 합격했으나, 대과는 보지 않았다. 그가 술을 마신 것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숨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럽다 보니 자신의 행적을 더럽혀서 도를 지킨다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아비의 삶이 온당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는 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가진 단정한 사람이 되어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성현의 경전은 사람살이의 정도를 가르쳐주니, 늘 가까이 해 실천해야 한다. 또한 글은 격조가 있어야 하니,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문장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과에 급제해 벼슬하고 못 하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군자의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아들에게 이런 경계의 글을 많이 남긴 그는 42세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는 대과에 급제하지 못한 변방의 일개 선비였다. 무명의 문사들도 나름대로 선비로서 자세를 잃지 않았음을 말하기 위해 김휴를 인용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7. 7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8. 8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9. 9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0. 10軍 “MDL 이남서 정상 작전 중 北 지뢰로 장병 부상 최종판단”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5. 5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0. 10‘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