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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40> 탐욕 부리지 말고 자족하는 삶 살아야 한다는 김정국

이렇게 남은 것들로 한세상을 한가하게 지낸다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1-29 20:18:4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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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挾比數件, 高臥一世·협비수건, 고와일세

나는 20년을 검소하게 사는 가운데 집 몇 칸 갖추고, 논밭 몇 이랑 경작하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을 몇 벌 갖고 있네. 잠자리에 누우면 남은 공간이 있고, 옷을 입고도 남은 옷이 있으며, 밥통 바닥에는 남은 밥이 있다네. 이렇게 남은 것들로 한세상을 한가하게 지낸다네.

僕二十年處約之中, 營屋數椽, 産業數畝, 冬絮夏葛, 各數件, 臥外有餘地, 身邊有餘衣, 鉢底有餘食. 挾比數件, 高臥一世.(복이십년처약지중, 영옥수연, 산업수묘, 동서하갈, 각수건, 와외유여지, 신변유여의, 발저유여식. 협비수건, 고와일세.)

위 문장은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1485~1541)의 ‘寄黃某書’(기황모서·황 아무개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그의 문집에는 실려 있지 않고 송와 이기(李墍·1522~1600)가 쓴 ‘송와잡설(松窩雜說)’에 실려 있다.

전체 문장 내용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국은 친구 황 아무개가 늙어서도 계속 집을 짓는 등 호사스럽고 탐욕스럽게 산다는 소문을 들었다. 김정국은 그 친구에게 충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남들이 전하는 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그런 짓을 그만두고 조용히 살면서 하늘의 뜻에 따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대궐 같은 집을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으니 그것으로 편하게 산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짓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건 노탐(老貪)이라는 것이다. 진정 자유롭고 한가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저택이나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자족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편지이다. 김정국은 예조판서·대사헌·병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김안국의 동생으로, 자신 역시 경상도관찰사와 예조·병조·형조의 참판을 지낸 문신이다.

사람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재산과 재물에 대한 욕심이 있다. 요즘처럼 살기 힘들어지면 탐욕(?)이 더 많아지는 게 아닐까? 사람이란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한다. 김정국의 말처럼 분수껏 자족하며 사는 삶이 더 여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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