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푸른 잣은 써도 먹을 만하다지만(翠柏苦猶食·취백고유식)/ 새벽노을로 어찌 밥을 짓겠는가.(晨霞高可餐·신하고가찬)/ 세상인심 모두 어수선한데(世人共鹵奔·세인공로분)/ 나의 길도 곤궁하기만 하네.(吾道屬艱難·오도속간난)/ 우물 얼어 밥을 지을 수도 없고(不餐井晨凍·부찬정신동)/ 의복이 없어 밤잠자리는 춥기만 하네.(無衣牀夜寒·무의상야한)/ 주머니가 비어버리면 부끄럽고 곤란할까 봐(囊空恐羞澁·낭공공수삽)/ 동전 한 푼을 남겨두고 보네.(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위 시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두보(杜甫·712~770)의 ‘空囊’(공낭·빈 주머니)으로, ‘두공부집(杜工部集)’ 등에 실려 있다. 추운 겨울 주머니까지 빈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읊은 시다. 곤궁한 삶에다 한겨울 한파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시 전반에 ‘괴롭게’(?) 흐른다. 세상 사람 인심조차 차가운데 우물물마저 얼어 밥도 지을 수 없다.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의복조차 변변찮아 추위 속에 밤잠도 편히 못 자는 고달픈 신세를 탄식한다. 이처럼 곤궁한 처지이니 당연히 주머니도 비었으리라. 그런데 동전 한 닢을 남겨 두고 있다. 그 동전은 시인의 자존심이다. “주머니가 비어버리면 부끄럽고 곤란할까 봐(空囊恐羞澁)/ 동전 한 푼을 남겨두고 보네(留得一錢看)”라고 한 두 구절에서는 끼니를 거르더라도 시인으로서, 선비로서 체면만은 잃지 않으려는 두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은 곤궁하고 춥게 살아본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이 시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밥을 굶더라도 주머니에 비상금 한 푼은 넣어둔다. 이 한 푼에 의지하여 살다 보면 또 살길이 열리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지금이 더 인정이 메말랐다”고 말한다. 강한 한파가 전국적으로 지속되었다. 물가와 난방비가 많이 올라 모든 사람이 걱정한다. 날씨가 추우니 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추우면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서민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렵다. 주머니가 비게 되면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 그런 사람들에게 두보의 시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온이 조금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날씨는 춥다. 곤궁하면 마음이 더 서럽고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