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틈 흐르는 물 밤낮 요란하게 우는데(聒聒岩流日夜鳴·괄괄암류일야명)/ 슬픈 듯 원망하는 듯 또 다투듯 하네.(如悲如怨又如爭·여비여원우여쟁)/ 세간의 여러 원통한 사연들 입에 물고(世間多少銜寃事·세간다소함원사)/ 하늘 향해 하소연해도 분이 덜 풀리는 갑네.(訴向蒼天憤未平·소향창천분미평)
위 시는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의 ‘계곡물 소리(溪聲·계성)’로, 그의 문집 ‘화담집(花潭集)’에 있다. 개성 출신 서경덕은 1519년 조광조(趙光祖)에 의해 실시된 현량과(賢良科)에 수석으로 추천받았으나 그만두고, 개성의 화담(花潭)에 공간을 만들어 후진양성에 힘썼다. 황진이와 스캔들(?)이 있었다는 그 선비로, 계곡 옆에 거처한 모양이다.
계곡물 소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끄럽게 울린다. 도시 사람은 계곡물 소리가 들리니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날마다 들으면 신경이 사나워지기도 한다. 목압서사 가까이에도 화개동천이 있어 물소리를 듣는다. 특히 여름철이면 물속에 바위 구르는 소리가 마치 탱크부대가 지나가는 소리처럼 “구르릉 구르릉”거린다.
지식이 깊고 도(道)가 높은 화담인지라 보통 사람이 미처 못 듣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계곡물 소리 속에서 세간 사람들이 하는 온갖 소리를 다 들었다. 구슬프게 탄식하는 소리도, 안타깝게 원망하는 소리도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서로 다투는 소리도 있다. 밤중에는 그런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당연히 서경덕은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티끌세상 사람들의 온갖 삶의 소리를 모아놓은 것만 같다. 악다구니로 싸우는 소리, 누군가를 원망하는 소리가 어찌 이리도 많은가. 하소연할 길 없어 하늘에 소리쳐도 아무 대답이 없는 모양이다. 마치 밤낮으로 누가 이기나 해보자며 악쓰는 소리처럼 들린다. 요즘 서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고 느낀다. 같이 공부하는 분들도 정치 견해가 달라 여러 소리를 낸다. 간혹 필자에게 정치 문제를 묻는 분도 있다. 그러면 필자는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한다. 세상이 단 하루라도 조용하면 그건 인간세상이 아니라는 것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