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51> 배 타고 버들 늘어진 강을 내려가며 시 읊은 홍경신

버들 물가에 배를 댈 것이라네(將船泊柳汀·장선박류정)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3-07 18:55:4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누런 모자 쓴 사공 불러 얘기 해보니(黃帽呼相語·황모호상어)/ 버들 물가에 배를 댈 것이라네.(將船泊柳汀·장선박류정)/ 앞머리에 물살 빠른 여울이 있어(前頭惡灘在·전두악탄재)/ 달밤에는 갈 수 없어서라네.(未可月中行·미가월중행)

위 시는 홍경신(洪慶臣·1557~1623)의 ‘강 길을 가며(江行·강행)’이다. 김달진의 ‘한국한시1’(민음사·1989)에 수록된 걸 인용했다.

홍경신은 1594년(선조 27) 별시로 급제한 뒤 여러 벼슬을 거쳐 1623년(광해군 15) 정2품인 부제학에 올랐으나 같은 해 사망하였다. 요즘 같은 날 홍경신은 하루 종일 배를 타고 강을 내려왔다. 어느덧 해가 지고 컴컴해졌다. 순간 배가 멈칫했다. 배를 탄 김에 달빛 받아 그대로 가고 싶었다. 사공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 이곳 나루에서 하루 묵고 가야겠다고 한다. 날도 어둡고, 앞에 물살 빠른 여울이 있어 밤중에는 위험해 더 갈 수 없다고 했다. 버들이 있는 강가엔 주막이 있다.

도리 없지 않은가. 버들가지 늘어진 강가에 사공·손님 가리지 않고 함께 배를 묶는다. 그는 생각한다. 오늘은 달빛 벗 삼아 강가 주막에서 하룻밤 자는구나. 선비 체면에 나루터주막에서 하룻밤 자는 게 쉽지는 않다. 독자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쩌겠는가. 필자라면 버드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저녁밥을 먹으며 막걸리도 주문하겠다. 뱃사공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겠다. 뱃사공은 경험이 많은 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봄밤인 데다 강물은 철렁철렁 흐르는 소리를 내니 술맛이 더 날 것이다. 휴대전화도 없던 때이니 조급한 마음도 없다. 몸과 마음은 산과 강물 소리에 젖었다. 가끔 주모가 와서 한 마디씩 거들 것이다. “봄이 와도 예전만큼 손님이 많지 않아 먹고살기 어렵네요”라며, 우는 소리를 할지 모른다. 시인은 술기가 오르면 흐뭇한 화색이 돌 것이다. 당연히 생각에 잠길 게다. 달빛 안고 저 강물이 유장하게 흘러간다. 우리네 삶도 큰 장애 없이 유유하게 흐르면 좋겠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오래되지 않은 시기였을 것이다. 환로에 나간 문신들의 삶이란 정치라는 물살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때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