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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54> 강진의 백운동 별서정원에서 생각난 김창집 형제

절개 굳세고 참으로 속인과 다르네(耿介眞拔俗·경개진발속)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3-19 19:04:5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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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이담로를 찾아가니(金陵訪李老·금릉방이로)/ 절개 굳세고 참으로 속인과 다르네.(耿介眞拔俗·경개진발속)/ 거처는 빛나 세속의 때가 없고(居處炯無塵·거처형무진)/ 상차림도 역시 아주 조촐하네.(籩豆亦何潔·변두역하결)/ 깊은 대숲 절로 사람을 머물게 하니(深竹自留人·심죽자류인)/ 정성껏 대접받아 은혜롭네.(高義偏款洽·고의편관흡)

몽와(夢窩) 김창집(金昌集·1648~1722)의 장시 ‘술회(述懷)’ 중 백운동(白雲洞·전남 강진군(다른 이름 金陵) 성진면 월하리 안운마을)을 유람한 대목이다. 그의 문집인 ‘몽와집(夢窩集)’에 있다. 무오년(1678년) 6월에 지었다고 적혀있다.

1674년(현종 15) 효종의 왕비 인선왕후가 세상을 떴다. 인선왕후의 시어머니 자의대비(조대비)의 복상 기간을 놓고 서인과 남인 간에 갑인예송(제2차 예송) 논쟁이 일어났다. 현종은 남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인을 처벌했다. 김창집의 부친인 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1629~1689)도 이때 벼슬에서 쫓겨나고 이듬해인 1675년 강원도 원주에 유배됐다가 그해 가을 전라도 영암의 구림(鳩林)으로 이배됐다.

김창집은 1672년(현종 13)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부친이 유배되자 과거 응시를 접었다. 김창집의 여섯 형제는 아버지의 적소를 오가며 수발을 들었다. 부친을 모시고 해남·강진의 승경을 유람하며 풍성한 기행문·시문을 남겼다. 김창집은 1684년 정시 문과에 급제해 벼슬살이를 하다 영의정을 지낸 부친이 1689년 기사환국 때 진도의 유배지에서 결국 사사되자 은거했다. 뒷날 그도 영의정을 지냈다.

위 시 첫 행의 ‘이로(李老)’는 백운동에 처음으로 입산한 이담로(李聃老·1627~?)이다. 6형제 중 맏이인 김창집 외에 셋째 김창흡(金昌翕·1653~1722)과 다섯째 김창즙(金昌緝·1662~1713)도 ‘백운동 8영’을 지었다. 다산 정약용이 지은 ‘백운동 12경’ 연작을 비롯해 신명규·임영·송익휘·황상·초의선사·소치 허련 등의 문사도 백운동을 찾아 읊은 시가 많다. 지난주 필자는 함께 공부하는 70· 80대분들과 백운동 등을 답사했다. 한 분은 차 안에서 김창흡의 연작시 ‘예원십취(藝園十趣)’를 줄줄 외워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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