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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75> 매사 억제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노자의 이야기

얻기 힘든 재물은 사람을 타락시킨다(難得之貨, 令人行妨·난득지화, 영인행방)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5-30 19:09:0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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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색깔이 사람의 시각을 멍들게 하고, 온갖 음악소리가 사람의 귀를 혼란스럽게 하고, 잡다한 맛이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 멋대로 말을 몰아 달리며 사냥하는 놀이는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얻기 힘든 재물은 사람을 타락시킨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 令人發狂; 難得之貨, 令人行妨.(오색령인목맹; 오음령인이롱; 오미령인구상; 치빙전렵, 영인발광; 난득지화, 영인행방.)

위 문장은 ‘노자(老子)’의 12장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허기를 달래되 배를 가득 채우지 말고, 겉치레나 향락에 현혹되지 말고 검소하게 살아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삶이 다르지만 마음이 미혹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화려함이나 맛난 음식, 듣기 좋은 소리 등을 물리친다는 게 쉽지 않다. 누구든 늘 ‘빈 데’가 있다. 그런데 깨친 사람은 그 ‘빈 데’를 다 채우지 않는다. 지나친 재물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 우려가 많다. 먹고 살 정도만 가진다. 그 ‘빈 데’를 다 채우려고 하는 사람은 미련한 것이다.

며칠 전 만난 한 분의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부친께서 “밥 먹을 때 좀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바로 숟가락을 놓아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니까 절대 과식하지 말라는 말씀인데, 먹고 싶은 양의 70%만 채우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분의 부친을 필자는 알고 있다. 올해 아흔 살이신데 아주 건강하시다. 밥 먹는 것만 그런 게 아니고 매사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다. 그 부친은 깨친 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필자는 10년 넘게 당뇨병을 앓고 있다. 나름대로 혈당조절을 하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허기가 지면 나도 모르게 음식에 손이 가기 때문이다. 젊었을 적에 시인들과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한 분이 너무 허겁지겁 드셨다. 그때는 “저분이 왜 저러시지?”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뇨수치가 높은 분이었다. 그러니까 노자의 위 문장은 당뇨환자가 음식조절을 하는 것처럼 모든 일에 억제하고 적당히 하라는 잠언인 것이다. 아침에 허기를 달래려고 이것저것 먹다 노자의 위 말이 생각나 옮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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