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須臾遍合飜成雨·수유편합번성우
아침에 해 흐릿하여 어둡다 다시 밝은데(朝日微茫翳復明·조일미망예부명)/ 누워 하늘 끝에 조각구름 일어나는 것 바라보네.(臥看天末片雲生·와간천말편운생)/ 잠깐 사이 두루 합쳐 뒤집듯 비 뿌리니(須臾遍合飜成雨·수유편합번성우)/ 온 골짜기에 급한 여울 한소리로구나.(萬壑崩湍共一聲·만학붕단공일성)
위 시는 조선 중기 시인 성수침(成守琛·1493~1564)의 ‘산속에 살며 읊조리다(山居雜詠·산거잡영)’로, 그의 문집인 ‘청송집(聽松集)’에 들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요상하다. 흐렸는데 금방 해가 난다. 누워서 보니 저 하늘 끝에서 조각구름이 피어난다. 그런데 잠깐 동안에 먹장구름이 사방에서 몰려들더니 거짓말처럼 비를 뿌린다.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빗물은 골짜기로 몰려든다. 금방 큰 물결이 되어 콸콸 소리를 낸다. 인간 세상도 이렇듯 예측할 수 없다. 위 시는 중종 대에 개혁파인 조광조 등이 모함을 받아 귀양 가 사약을 받고 죽는 상황을 보고 날씨에 비유하여 읊은 것으로 보인다.
성수침은 1519년(중종 14)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는 시험인 현량과(賢良科)에 천거되었다. 하지만 곧 훈구파에 의해 조광조 등의 신진 사림이 숙청되는 기묘사화가 일어난다. 이에 어머니를 모시고 처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우계(牛溪)에 은거하였다.
성수침이 살았던 당시나 지금이나 인간세상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눈만 뜨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리산에 들어오면서 목압서사 위쪽 계곡 바위에 ‘세이암(洗耳嵒)’이라는 글자를 썼다. 세상을 등진다는 의미였다. 필자 역시 그런 심정으로 화개골에 들어왔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이 찾아온다. 귀 닫고 살지만 방문객은 정치 이야기를 하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휴가철이다. 목압서사 아래쪽은 수십 년 된 민박집이 여럿 있다. 서사 올라오는 길에 온통 자동차다. 민박집 마당도 차들로 가득하다. 기존 마을 입구 다리를 허물고 새로 짓고 있는 목압교(木鴨橋) 아래 계곡에도 어른 아이가 물놀이를 즐긴다. 마을이 떠들썩하다. 특히 아이들 소리를 들으니 생기가 도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