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92>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날씨에 견주어 시 읊은 성수침

잠깐 사이 두루 합쳐 뒤집듯 비 뿌리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7-30 19:36:2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須臾遍合飜成雨·수유편합번성우

아침에 해 흐릿하여 어둡다 다시 밝은데(朝日微茫翳復明·조일미망예부명)/ 누워 하늘 끝에 조각구름 일어나는 것 바라보네.(臥看天末片雲生·와간천말편운생)/ 잠깐 사이 두루 합쳐 뒤집듯 비 뿌리니(須臾遍合飜成雨·수유편합번성우)/ 온 골짜기에 급한 여울 한소리로구나.(萬壑崩湍共一聲·만학붕단공일성)

위 시는 조선 중기 시인 성수침(成守琛·1493~1564)의 ‘산속에 살며 읊조리다(山居雜詠·산거잡영)’로, 그의 문집인 ‘청송집(聽松集)’에 들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요상하다. 흐렸는데 금방 해가 난다. 누워서 보니 저 하늘 끝에서 조각구름이 피어난다. 그런데 잠깐 동안에 먹장구름이 사방에서 몰려들더니 거짓말처럼 비를 뿌린다.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빗물은 골짜기로 몰려든다. 금방 큰 물결이 되어 콸콸 소리를 낸다. 인간 세상도 이렇듯 예측할 수 없다. 위 시는 중종 대에 개혁파인 조광조 등이 모함을 받아 귀양 가 사약을 받고 죽는 상황을 보고 날씨에 비유하여 읊은 것으로 보인다.

성수침은 1519년(중종 14)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는 시험인 현량과(賢良科)에 천거되었다. 하지만 곧 훈구파에 의해 조광조 등의 신진 사림이 숙청되는 기묘사화가 일어난다. 이에 어머니를 모시고 처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우계(牛溪)에 은거하였다.

성수침이 살았던 당시나 지금이나 인간세상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눈만 뜨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리산에 들어오면서 목압서사 위쪽 계곡 바위에 ‘세이암(洗耳嵒)’이라는 글자를 썼다. 세상을 등진다는 의미였다. 필자 역시 그런 심정으로 화개골에 들어왔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이 찾아온다. 귀 닫고 살지만 방문객은 정치 이야기를 하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휴가철이다. 목압서사 아래쪽은 수십 년 된 민박집이 여럿 있다. 서사 올라오는 길에 온통 자동차다. 민박집 마당도 차들로 가득하다. 기존 마을 입구 다리를 허물고 새로 짓고 있는 목압교(木鴨橋) 아래 계곡에도 어른 아이가 물놀이를 즐긴다. 마을이 떠들썩하다. 특히 아이들 소리를 들으니 생기가 도는 듯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3. 3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4. 4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5. 5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6. 6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7. 7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8. 8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9. 9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10. 10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3. 3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4. 4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5. 5장외로 나간 국힘 “李, 본인 사건 특검 임명…끌어내려야”(종합)
  6. 6“주민자치회 활성 위해 獨·스코틀랜드와 같이 정책반영 기반 필요”
  7. 7與 “내란잔당 국힘 후안무치…탄핵 거론 제정신 아냐”
  8. 8국힘 “이용철, 대장동 숨은 설계자” 민주 “법조 베테랑…법무장관 적격”
  9. 9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10. 10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1. 1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2. 2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3. 3HUG 10개월 만에 또 수장 공백…당분간 대행체제 불가피
  4. 4외국인, 올해 1~9월 부산서 카드 1조원 넘게 썼다(종합)
  5. 5정지선 훠궈, 전주 명물 칼국수…롯데百 맛집에 외국인도 줄선다
  6. 6국산화·지역 상생 앞세워 해상풍력 박차
  7. 7‘블루 쓰나미’ 충격 여전…美기술주 반등에도 코스피 안갯속(종합)
  8. 8폭락장 반대매매 막아라…신용융자 담보비율 의무 면제(종합)
  9. 9신세계 센텀 ‘라이다’ 팝업 오픈
  10. 10해군·해병대 AX 거점, 부산에 ‘둥지’
  1. 1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2. 2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3. 3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4. 4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5. 5[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6. 6부울경 비 내리며 기온 뚝(종합)
  7. 7고령면허 자진반납땐 최대 30만 원…7534명 ‘응답’
  8. 8광안동 인도 돌진 벤츠 운전자 2심 법정구속
  9. 9탐방 허용-자연보전 통제 ‘절묘한 균형’…100년 지킨 원칙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9일
  1. 1“국제신문 골프대회, 아마추어 골프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되길”
  2. 2남자부 A조 어정우 씨 “뜻밖의 우승…양산과의 인연 감격”
  3. 3가을이 물든 필드…아마골퍼 300여 명 ‘열정·화합의 샷’
  4. 4여자부 우승자 황은경 씨 “매번 새로워…건강하게 오래 즐기고파”
  5. 5남자부 B조 홍정삼 씨 “퍼트 감각 빛나…목표는 A부 우승”
  6. 6‘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7. 7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8. 8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9. 9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10. 10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