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96>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을까? 없을까?

왕과 제후, 장군, 재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다더냐!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8-13 19:50:3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王侯將相寧有種乎·왕후장상영유종호

公等遇雨, 皆已失期, 失期當斬. 藉弟令毋斬, 而戍死者固十六七. 且壯士不死卽已, 死卽擧大名耳, 王侯將相寧有種乎!(공등우우, 개이실기, 실기당참. 자제령무참, 이술사자고십육칠. 차장사불사즉이, 사즉거대명이, 왕후장상영유종호!)

너희들은 비를 만나 기한을 놓쳤고, 기한을 놓쳤으면 모두 목이 베어진다. 가령 참수를 당하지 않더라도 수자리 지키다 열 명 중 예닐곱 명은 죽을 것이다. 또 장사(壯士)란 죽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죽는다면 크게 이름을 내야 한다. 왕과 제후, 장수, 재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다더냐!

위 문장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섭세가(陳涉世家)에 나온다. 고대 중국을 통일한 진(秦)나라 때 진승(陳勝·미상~기원전 208)이 봉기를 일으키며 외쳤던 말이다.

진시황이 죽고 그의 아들 호해가 환관 조고의 계략에 의해 황제 자리에 오르자 진나라는 조고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혼란에 빠졌다. 그 무렵 진승과 오광(吳廣·?~208)은 만리장성 건설의 강제 노역에 차출된 사람들을 인솔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큰비가 내려 900여 명이 고립돼 기일에 맞춰 도착할 수 없게 되었다. 엄격한 법 집행으로 죽게 된 처지가 되자 진승과 오광은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하였다.

진승은 수백 명을 모아 놓고 “왕후장상의 씨앗이 어찌 따로 있단 말인가? 우리 같은 농민도 왕이 되지 말란 법이 없소. 자, 이 썩어 빠진 세상을 한번 뒤집어 봅시다”고 하였고, 힘겹게 살아가던 농민은 호응했다. 이렇게 해서 진승과 오광은 기원전 209년 농민반란을 일으켰다. 결국엔 이 반란으로 군웅 할거를 이끌어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이었던 진나라의 멸망을 가져왔다.

요즘은 자유·평등 세상이다. 태어난 환경이 어떠하든 노력만 하면 모두에게 가능성이 있다. 큰 아들이 며칠 뒤 직장을 옮긴다. 아버지로서 경계해야 될 내용의 손편지를 썼다. 새 직장에서도 항상 겸손하며 신실하게 부지런히 일하라는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곤 우리는 왕후장상의 씨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필자도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직장을 얻었을 때 선친으로부터 이런 어조의 편지를 종종 받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9. 9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