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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98> 퇴계 이황이 도산서당에서 제자에게 써준 시를 생각하며

너무 꾸물대지도 말고 너무 서두르지도 말게(莫自因循莫太忙·막자인순막태망)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8-20 18:42:5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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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버린 세월이 나는 안타깝네만(已去光陰吾所惜·이거광음오소석)/ 자네는 이제부터 하면 되니 뭐가 걱정인가.(當前功力子何傷·당전공력자하상)/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但從一簣爲山日·단종일궤위산일)/ 너무 꾸물대지도 말고 너무 서두르지도 말게.(莫自因循莫太忙·막자인순막태망)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의 시 ‘지난 세월을 한탄하며(自歎·자탄)’로 그의 문집인 ‘퇴계집(退溪集)’에 실려 있다.

퇴계가 예순넷인 1564년 벼슬에서 물러나 도산서당(陶山書堂)에서 지내던 무렵 제자 김취려(金就礪·1539~?)가 찾아와 묵으며 시 3수를 지어 바쳤다. 퇴계 역시 3수의 시를 지어 그에게 주었다. 위의 시는 그 가운데 한 수이다. 당시 김취려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조금씩 흙을 쌓듯 공부하면 앞으로 높고 큰 공부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하였다.

퇴계에게는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글이자 반성문이기도 했다. 위 시는 지금 젊은이에게도 유효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현재 필자의 나이가 퇴계가 위 시를 지었을 때와 같다. 공부야 어찌 감히 퇴계와 견줄 수 있단 말인가.

도산서당은 퇴계가 1557년 57세 되던 해 도산 남쪽의 땅을 구해 짓기 시작해 1560년 낙성한 건물이다. 현재의 도산서원은 퇴계가 세상을 버린 후 제자들이 세웠다. 1575년 8월 선조는 ‘도산(陶山)’이라는 사액을 내렸고, 1576년 2월 사당을 준공해 퇴계 신위를 모셨다. 정조 임금은 1792년 이곳에서 대과인 ‘도산별과’를 치렀다.

올해 환갑인 남동생과 안동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 어제 도산서원과 퇴계종택, 퇴계묘소를 둘러봤다. 필자는 선조들께서 남기신 ‘퇴계집’과 ‘매화시첩’ 등 퇴계 관련 자료와 퇴계의 제자들 문집 등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선친으로부터 퇴계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필자가 역사와 한문을 전공한 것도 집안 분위기 영향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퇴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점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서당인 ‘목압서사’에서도 마침 오는 10월 말까지 ‘단행본과 옛 자료로 보는 퇴계 이황’ 주제의 전시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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